낙서재 산문 / 한글의 한 글
너 무슨 색 제일 좋아해?
서로에 대한 호감을 나타낼 때 던지는 귀여운 질문
나의 답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 물음표가 당연하던 어린 시절부터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지금까지도.
나는 노란색을 제일 좋아해
근데 무슨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이 신기한 건
답을 하면 바로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옮겨간다는 것이다.
왜 그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추억이 담겨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딱히 깊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친구가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과 가깝고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 사람과 색상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봄을 맞아 새롭게 피어난 꽃을 보면서다.
노랑을 짝사랑하며
노란 꽃만 보면 카메라를 켜는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나의 옆에 있던 가장 가까운 이가 물었다.
놀랍게도,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나 조차도 내가 왜 노랑을 사랑하는지 잊은 채
그저 맹목적인 믿음으로 색을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내가 노랑을 사랑했던 기억을 따라서-
내가 노랑을 사랑하게 된 건 엄마의 사랑에서 출발했다.
눈이 좋지 않은 엄마는
하굣길 우르르 나오는 친구들 사이에서
발표회에 무대 위 서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보드랍게 키워온 딸을 알아보기 위해
항상 머리에 노란 리본을 얹어두었다.
나 역시
엄마의 약한 모습은 완벽히 가려진 채
헤매지 않고 나를 알아보고 환히 웃어주는
그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노랑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지금은 노란 리본을 머리에 꽂을 순 없지만
노란 옷을 입고 노란 신발을 신고
엄마와 함께 걷는 그날은
왠지 어린아이처럼 발걸음이 들뜨는 기분이다.
이 비가 지나면, 맑은 날이 찾아오면
당장 노란 신발을 꺼내 신어야겠다.
엄마를 데리러 가야겠다.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