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 산문 / 시 선의 시선
나는 내 마음이 어렵다. 부끄럽기도 하고.
내 목 뼈에서 나는 우두둑 소리처럼 글로 적고 나면 우두둑 -
비틀어져 삐걱거리는 소리를 낼 것 같아서 불편하다.
마음 밖으로 꺼내어놓는 게.
누추한 냉장고에서 소비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빌빌거리는 겉만 번지르한 가공식품들처럼.
내가 기껏 먹고사는 것들이, 생생한 게 아닌 지 오래이니, 살과 뼈와 마음이 가공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왕이면 소시지처럼 칼집 맞고도 뜨겁게 굴려져서 마음 안의 것들이 줄줄줄 흘러나와 즙이 된다면 좀 뜨거워도 참겠다.
이 또한 소망일 뿐.
엄마가 보수적인 발언들을 서슴지 않는다.
책을 읽고 읽는 게 많아질수록 엄마의 말들이 거슬리는 때가 많다.
‘엄마, 그건 성차별이야.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대뜸 말하려다가도 멈칫. 자칫 교육이 될까 봐.
나보다 상처받기 쉬운 세월이다 생각해서 입을 닫고 생각을 멈춘다.
나는 자식도 없는데 누굴 교육하지? 우리 엄만 내게 이런 교육을 했었다.
「남의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기」
「쓰레기 안 본다고 아무 데나 버리지 않기」
「네가 하는 말이 결국 네 인격이다」
「사랑하는 사람 편 들어주기」
-우리 엄마 편을 들어줘야지. 사랑해야지-
이것이 오늘의 부끄러운 내 마음이다.
고개만 살짝 돌렸을 뿐인데, 목 뼈가 우두둑 거린다.
si, sun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