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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호 Feb 07. 2024

[독서일기] 부인의 초상, 1951년작 _ 이쾌대

[출처 및 추천도서] 홀리데이 인 뮤지엄 _ 한이준 (흐름출판)

담백하고 진솔한 작가들의 이야기로 그림을 더 살갑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 작가들의 그림이 현재 어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지 기록되어 있어 책을 덮으면 당장 미술관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책. 작가들 삶의 이야기가 너무 고통스럽고 슬픈데, 그들의 그림으로 위로를 받는 나는 무엇으로 누구를 위로하고 있나라는 고민이 들게 됨.


한국전쟁이 터지고 서울은 금세 북한군에게 점령당합니다. 당시 병상에 있던 어머니와 만삭인 부인을 돌보느라 이쾌대는 피난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 남게 된 그에게는 강제로 하나의 임무가 주어지는데요. 북한 지도부의 강요로 스탈린과 김일성의 초상을 그리는 일이었죠. 그리고 이후 국군에게 포로로 잡혀 포로수용소에 넘겨지게 됩니다. 


"한 푼 없는 당신이 무엇으로 연명하는지 생각할수록 내 자신이 밉살스럽기 한량없습니다. 내 걱정 과히 말고 모쪼록 당신 건강 조심해주십시오. 아껴 둔 나의 채색 등 하나씩 처분할 수 있는 대로 처분하시오. 그리고 책, 책상, 흰 캔버스, 그림들도 돈으로 바꾸어 아이들 주리지 않게 해주시오. 전운이 사라져서 우리 다시 만나면 그 때는 또 그때대로 생활 설계를 새로 꾸며 봅시다" 


_ 포로수용소에서 아내에게 보낸 이쾌대(1913-1965)의 편지 중


1953년 드디어 3년에 가까운 포로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이쾌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북 포로교환 당시 그는 가족을 남쪽에 두고 북으로 가길 선택했죠.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여전히 더 연구하고 알아가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습니다.


월북 이후에도 이쾌대는 화가로 작품활동을 이어갔으나 그의 이름은 1962년까지만 남아있습니다. 1960년대 초 정치싸움에 희생됐을 것으로 추축할 뿐입니다. 북에서도 불릴 수 없는 화가였고, 월북을 선택한 순간 남한의 역사에서도 삭제된 이쾌대. 그는 더 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화가였습니다.


이쾌대는 자신의 그림을 팔아서라도 생계를 이어가라고 했지만 그의 아내 유갑봉은 작품을 한 점도 팔지 않았습니다. 비록 홀로 어린아이 넷을 키우는 고단한 현실이었지만 남편의 그림은 한 점도 팔지 않았습니다. 당시 월북한 사람을 둔 집안은 늘 경찰의 감시를 받았는데 매서운 감시속에서도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35년간 그림들을 서울 신설동의 한옥 다락방에 숨겨둡니다. 


1988년 월북 작가들의 해금 조치가 진행되자, 35년간 지워진 화가 이쾌대의 작품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유갑봉은 해금 조치가 내려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운명 1938 _ 이쾌대


봄처녀 1940 _ 이쾌대


군상 1 해방고지 _  이쾌대


군상2 _ 이쾌대


군상3 _ 이쾌대







[출처 및 추천도서] 홀리데이 인 뮤지엄 _ 한이준 (흐름출판)



- 목차 -


국내화가편


1장 박수근 "기진한 하루에도 선함과 진실함은 늘 곁에 있습니다"

2장 이쾌대 "사소한 선택이 파도가 되어올 때, 그래도 장및빛 내 인생"

3장 나혜석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것이 낙원이기를!

4장 이중섭 "황소처럼 굳건히 내 자리를 지키며

5장 천경자 "완벽한 타지에서 알게 된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해외화가편


1장 르메 마그리트 "인생은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닐까?"

2장 클로드 모네 "내 눈에 비친 오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3장 라울 뒤피  "언제나 삶에 미소짓기를"

4장 폴 세잔 "끝도 없고 답도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닐지"

5장 에드가 드가 "무엇이 고독한 도시인을 위로하나"


comment 1 : 담백하고 진솔한 작가들의 이야기로 그림을 더 살갑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 작가들의 그림이 현재 어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지 기록되어 있어 책을 덮으면 당장 미술관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책. 작가들 삶의 이야기가 너무 고통스럽고 슬픈데, 그들의 그림으로 위로를 받는 나는 무엇으로 누구를 위로하고 있나라는 고민이 들게 됨.


comment 2 : 최근 책과 책을 통해 알게된 내용을 가지고 주변사람들한테 잘난척을 억수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매번 우쭐거릴 수 있으니 너무 신납니다. 여러분들도 어서 읽고 우쭐거리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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