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네살 일기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날서고 모진 소리를 쏟아냅시다.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보냅니다.
올 한해에도 서로 실컷 미워하고 충분히 오해하며 서로 안타까워하고 또 슬퍼합시다. 작년처럼 책 한권 안 읽고 술이나 마시며 소중한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날서고 모진 소리를 쏟아냅시다.
스스로를 속이고 친구와 이웃에 무관심하고 공공과 세상을 위해 그 어떠한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은 채, 멋진 옷을 사입고 맛있는 걸 실컷 사먹고 이곳저곳으로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납시다.
먼 곳으로 떠나 친구하나 이웃하나 만들지 못한 채 나 혼자 등 따시고 배부르고 시원하게 지냅시다. 누가 굶거나 목이 마르거나 속절없이 아파도 1도 신경쓰지 않은 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하고 소비합시다. 돈을 냈으니 받은만큼 열심히 하라 재촉하고, 너희들은 게으르고 열심히 살지 않아 가난한 사람이니 이런 험한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이라 말해버립시다.
그게 정의라고, 이게 공정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됩시다. 아니 나는 지금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사람이 됩시다. 내가 겪은 고통과 스트레스와 슬픔에 함몰되어 나에게 면죄부를 줍시다. 나의 감기가 상대의 암보다 더 크게 아프다 생각하는 사람이 됩시다.
자라나는 내 어린 자녀에게도 이게 정의라고, 이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라 말해둡시다. 그 어떠한 사랑도 표현도 하지못한 채, 저런 못난 인간이, 저런 실패한 인간이 되지 말라 자식들에게, 제자들에게,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잔뜩 겁을 주고 성을 냅시다.
평소 하던대로 가지지 못한 자를, 배움이 짧은 자를, 소외된 자들, 하루하루 고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양한 약자들에게 무시하고 무관심합시다. 함부로 대합시다.
그래놓고 어떠한 반성도, 성찰도 없이 신년에는 서로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웃으며 반가운 얼굴로 인사합시다. 그래놓고 하던대로 뒤에서는 상대가 나보다 너무 잘되지 않기를 빕시다.
다른 사람의 멋진 성취에 언제든지 배가 아플 준비를 하고, 다른 사람의 가슴 아픈 실패와 노력에 언제든 비웃을 준비를 합시다. 가까운 사람, 먼 사람 구분하지 않고 언제든지 조롱하고 조소합시다.
☆☆☆ 이 모든 게 반대가 되는 새해가 되길 ☆☆☆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디 그 큰 복이 가당한 삶 되소서 :) 그래서 어디서나 당당하고 언제나 겸손한 그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사람 되소서.
(2018) 210×297cm. 동생볼펜과 싸인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