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미안해요
미안이라는 말은 언제나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쓰였다.
그에게 미안했고
그녀에게 미안했고
친구에게 미안했고
가족에게 미안했던 일만 있었던 것 처럼
늘 그렇게 미안하다를 되풀이 했다
고맙다는 말도 있다.
고마워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 또한 언제나 누군가를 향해 읊조렸다.
그가 고마웠고
그녀가 고마웠고
친구가 고마웠고
가족과 이웃이 고마웠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은 언제나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내게 미안해졌고
어느 날 부터 내가 고마워졌다.
짧지 않은 세월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가슴 저리게
묵묵히 견뎌 온 그 모든 날들에게
고맙다.
정말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나를 챙기는 것을 잊고 살아 온 내게 더없이 미안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를 가장 사랑해야겠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가며 키운 내 아이들의 젊은 엄마시절처럼
내가 나를 극진히 돌보고 싶다.
....
이 생각을 하면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발견은
내가 나를 깊이 만나고 사랑하며 감동을 안겨 주는 일이다.
내 삶이 고맙고
나의 날들이 감격스럽고
그리고 사랑스러운 것에
감사한다.
깊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