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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Mar 14. 2016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가끔 돌아보며 생각해 보지만 딱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적다.

내 머릿속은 나날이 홍역을 앓는 아이처럼 열이 오르고

세상은 온통 들끓어 오르는 용광로 속의 쇳물 같던 

나의 청춘이라 불리던 그 시절은 

늘 힘들었다는 생각만 남아 있다.

밤이 편했고, 어둠이 반가웠다.

그 깊은 어둠의 시간 속에서 나는 밤을 하얗게 밝히며

수많은 생각들을 했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많이 읽으며 감정을 이입했던 글들 속에는

시인 윤동주의 무수한 시들이 있고, 

그 시절 내 마음으로 스며 든 김남조 시인의 시도 있었다.

루이제 린저가 있었고, 헷세와 앙드레 지이드, 키엘 케고르와 니체도 있었다.

뭘 알고 고독했는지

고독하고 싶은 허영심으로 가득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늘 힘들었었다.



그러다가 나는 엄마가 되었다.

내 딸에게 내가 싸안고 있는 정서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행동하자고 작정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합리적인 사람이 되자고 나날이 결심을 했었다.

희미한 기억속에 떠 오르는 나의 육아에 대한 단상은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자는 처절한 노력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나의 꼬맹이 친구들은 나하고 많이 친하긴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너무 잘난 척, 너무 많이 아는 척, 너무 많이 사랑하는 척....

많은...척을 했다.

참 미안하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눈치를 보며 노는 친구처럼

나는 그들의 눈치를 조금씩 살피고

가끔 엄마가 미안하다... 엄마가 잘못했다...는 말도 많이 하게 된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정말 바보처럼 살았구나 싶다.



모든 것에 대해 그러려니....

그럴수도 있거니...

반쯤만 눈뜨고 한 쪽 귀로만 들으며 살 수 있었다면

나의 날들은 조금 더 평화롭고, 조금 더 넉넉했으리라 ....

무엇이 그리 조바심이 나고, 무엇이 그리 애닯아서 나는 속앓이를 그리 해댔을까?

윤동주 시인은 언제나 나에게 다가 와

나도 너처럼  그렇게 마음의 격랑을 오르내리곤 했다고...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아팠노라고 얘기해 주는 듯 했다.

내게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글로 친구처럼 위로해 주는 듯 했다.

그래서 그가 참 좋았고 좋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 듯 하다.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 할 듯 하다.

외면하고 싶은 과거의 한 부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용기 같은 것.....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세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내일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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