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송년미사에서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에게 당부한다고.....
새해엔 여태 살아오던 것과 다르게 살아보라고
주일미사 때 마다 가장 먼저 와서 성전 맨 앞자리에 앉던 분들은
늦게 와서 자리가 없을 땐 뒤에 서서 미사참례를 하기도 하고
늘 늦게 오시던 분들은 일찍 오셔서 맨 앞자리에 앉아 보기도 하고
매주 차를 가지고 오시던 분들은 버스도 타 보시고
일년 동안 한번도 미사를 거른 적이 없으신 분들은 빠져도 보고
여태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상을 살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씀이 참으로 신선하였으며
멋진 강론 중의 하나로 지금껏 기억한다.
우리는 날마다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길들여짐과 길들여지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어둠과 빛 사이에서 처럼 서성인다.
사랑....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랑에도 수명이 있음을 생각한다.
사랑도 생명이 있는 생물처럼 수명이 있음을 알 듯 하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나름대로의 역사가 끝이 나면
조용히 사그러지며 운명을 거두는 것만 같다.
아들을 장가 보낼 때 나는 결심을 했다.
둥지를 떠나가는 새끼새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어미새가 되어
절대로 아들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내가 엄마니까... 너를 많이 사랑하니까... 너는 내 아들이니까....
등등의 생각들을 묻어버리고
먼 친척 조카처럼 바라보며 격려하고 응원해주자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내가 처연했고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야 함이 때때로 눈물겨웠지만
나는 지금껏 열심히 그 역할을 잘 해내며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익숙한 사랑이 있고
왠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지만
어색한 적응을 통해 새롭게 일궈가야 할 사랑 또한 존재한다.
내 품에 안고 잠들던 아이들의 키가 우리 부부보다 훨씬 더 커질 때쯤이면
우리는 모두 그동안의 사랑을 감사히 접어 깊은 장농안에 숨겨 넣으며
새로운 사랑의 세계를 열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은 이전과 달라서....
더욱 많이 눈 감아야 하고
더욱 많이 귀막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 낯선 사랑이 주는 불편함과 익숙하지 못함을 통해
완전한 사랑 하나를 얻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 삶이다.
그래서 날마다 새롭게 배워가는 삶이고
도무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인 듯 하다.
신부님 말씀이 맞았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
올해는 작년과 달라야 한다는 것....
내일의 사랑은 오늘의 사랑과 달라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