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그림 이야기
며칠 전까지도 노랗게 진 풍경을 뽐내던 가로수 은행 잎이, 비 한 번 내리고 바람 좀 불더니 잎은 오간데 없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다.
코로나19로 언감생심 단풍관광은커녕, 계절 가는 줄도 모르고 보냈던 2020년.
한 장 남은 달력에 괜히 마음이 울적하다.
올해로 칠순이신 엄마는 노인일자리사업의 환경미화원으로 6개월짜리 공공근로를 해오셨다.
평생을 노동으로 사셔서 변변한 여행지 이름 하나 모르는 엄마를 모시고, 오랜만에 딸 노릇도 할 겸 칠순맞이 1박 2일 춘천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그나마 남아있는 형형색색의 단풍을 가리키며, "저 단풍들 좀 보시라"라고, "꼭 바닥에 노란 비단 깔아놓은 것 같이 예쁘지 않느냐"라고 시선을 끌어도, 되돌아오는 대답은 복장이 터지다 못해 속상한 말들뿐이었다.
"여기에 비까지 내리면 낙엽 쓸기 너무 힘든데..."
"쟁반 크기만 한 낙엽은 한 포대가 금방 차고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무겁기는 오죽 무거워야지."
낙엽 얘기가 결국 쓰레기 얘기까지 간다.
"쓰레기 저렇게 버리면 나중에 분리하기 얼마나 힘든데..."
"저 일회용, 썩지도 않는 건데... 다 환경 오염이야."
단풍 구경을 간 건지, 골목 청소의 고충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현장 답사를 간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대화의 끝엔 속상함만 남았달까...
그래서일까?
길에서 쓰레기 청소나 힘든 비질을 하고 계신 환경미화원을 보면 예전과는 달리 '안전하시길'하는 마음에 눈길이 더 가게 된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비질을 하고 계셨을 엄마의 모습이 겹쳐서이기도 해서다.
계절의 화려함을 즐기고, 때론 휴식과 위안을 삼는 일상들에, 내가 보지 못하거나 혹은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곳에서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