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테기 두줄.
화장실 변기에 쭈그려 앉아 임테기를 붙잡고 있던 손끝이 차가워졌다. 둘째, 둘째라고?!
어쩐지 춥더라.
삼복더위에 남편과 아들은 에어컨 선풍기를 돌려대는데 나 혼자 춥더라니.
나 혼자 한겨울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잔다했어.
다섯 달 넘게 변기와 한 몸이었던 첫 번째 임신의 기억이 강타했다. 속 쓰림에 꺽꺽거리며 잠 못 들던 임신 후반도 생각났다. 그때 생각했지. 내가 다시 임신을 하면 미친년이다.
그 미친년이 지금 나다.
둘째 생각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유난히 고생스러웠던 임신기간과 두 돌까지 통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재우던 밤의 기억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제 겨우 살만해졌는데, 이제 겨우 인간답게 살 수 있는데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생기면 나아야지 계획하고는 못 낳을 거 같아"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딱딱 떨어지는 생리주기를 과신했던 탓인가, 여자 몸은 365일 가임기라는 말을 가벼이 여긴 탓인가.
잠시 멍해졌던 머리를 흔들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미친년이다. 뭐든지 할 수 있어.(할 수 있겠지..?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