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두 개라면 두 집에 머물 텐데.

가족 욕심이 많은가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프린트를 할 게 있어 엄마 집에 갔다. 동생이 레이저 프린터를 갖고 있다. 오전에 미리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녁에 프린트하러 갈게." 동생이 저녁을 먹고 갈 거냐고 묻는다. 남편을 집에 두고 혼자 다녀올 생각이라 "아니, 저녁은 여기서 형이랑 먹고 프린트만 하고 오려고." 대답한다.

엄마에게도 동생 퇴근시간에 맞춰 들른다고 얘기한다. 엄마는 "퇴근시간 맞추지 말고 일찍 와" 한다. 남편을 집에 혼자 두기가 마음에 걸려서, 나는 그냥 시간 맞춰 간다고 대답.


그렇게 저녁에 갔다. 동생이 치킨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가 컴퓨터와 프린트를 쓰게 해 주고 옆에서 봐준다. 저녁을 먹고 간다고 했으면 내 것까지 사오려 했다고 한다. 엄마는 반찬을 뭐 싸줄까 옆에서 묻는다. 나는 며칠 전에 엄마 집에서 제철이라며 동생이 주문해 둔 게를 쪄서 식구들과 맛있게 먹고 반찬을 무겁게 가지고 왔다.


프린트를 하고 잠깐 얘기를 나누고 나왔다. 그제야 치킨을 먹으려고 하는 동생.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데 나 때문에 식었겠다." 하니 "뜨거우면 뜯어먹지도 못해, 적당히 식어야지." 하는 동생. 엄마는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 버스 타는 걸 보고 들어간다.

우리 집에서 엄마 집까지는 버스 한 번으로 이동이 가능한데 소요되는 시간은 25분 내외다. 우리 집도, 엄마 집도 정류장에서 가깝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가서 같이 밥을 먹고 반찬을 가져온다.


그래도 집을 나올 때면 기분이 좀 슬퍼진다. 일요일도 그렇지만 이렇게 평일 저녁에 왔다 갈 때면 더 그렇다. 같이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할 때가 생각나는데, 그때가 그리워진다. 그 행복한 우리 집 풍경 속에서 내가 쏙 빠져나온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빠진 풍경도 쓸쓸해 보이고 나도 쓸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 집에서 산다면 또 남편과 같이 밥을 먹고 TV를 보고 했을 때를 생각하며 슬퍼할 것이다.


우리 집에서 나와 엄마 집에 갈 땐 혼자 있는 남편이 마음에 걸리고 엄마 집에서 나와 우리 집에 올 땐 또 가족들이 마음에 걸린다. 동시에 두 곳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다른 가족들은 이런 마음이 없을 수도 있겠다.


(지금은 방법을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돈을 많이 번다면 큰 집을 마련해 다 같이 살고 싶다. 물론 이것도 혼자만의 바람일 수 있겠지만. 이번에 이사하면서 지금보다 엄마 집에 더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어 알아보았지만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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