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걸까
칼국수집이 집 같은 분위기여서 좋았던 오늘
남편과 늦은 오후에 산책을 나갔다. 중랑천을 걷다 돌아오는 길, 달달한 양념갈비 냄새가 쨍-하고 들어온다. 이사 온 뒤로 산책을 다니며 눈여겨본 숯불갈비집에서 나는 냄새다. 저녁쯤엔 볼 때마다 사람들이 많았어서 우리도 한 반 가볼까 했던 집. 남편은 냄새를 뿌리치기 힘들다며 지금 가서 먹을까 하고 출출한 나도 그래 그래 먹어보자 하며 들어갔다.
기대를 하고 우선 양념갈비를 2인분 시켰다. 우리를 끌어들인 양념고기를 먼저 먹고 다른 걸 먹어보자는 계획. 고기와 함께 계란찜과 된장찌개가 나오고 새콤달콤 콩나물무침도 나왔다. 곁들여 나온 음식들이 맛있었다. 그러나 정작, 부푼 기대를 안고 먹은 고기가 갸우뚱.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주문한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여기서는 이것만 먹고 다른 데서 다른 거 조금 더 먹자고 한다.
그렇게 갈빗집을 나와 집 방향으로 오며 살피다 발견한 것은 칼국수 집이었다. 우리는 둘 다 면을 좋아하는 데다 차가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어울렸으므로 고민 않고 들어갔다. 3층 건물의 1층에 있는 가게는 제법 넓었는데 식탁이 놓여 있었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었다. 장판이 깔린 바닥을 밟으니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손님 한 팀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서 가게는 우리와 주인아주머니만.
칼국수를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니 문쪽 카운터 위 텔레비전이 있는데 6시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틀어져있다. 순간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 음식이 나오고 그릇들을 받으며 감사합니다 하니 제가 고맙죠라고 하신다. 목소리며 말투가 정겹다. 깔끔하고 담백한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데 통화를 하셔서 듣게 됐다. 따님과의 대화, 혈압약을 타러 병원 간다는 얘기. 뜻과는 상관없이 듣게 된 대화였는데 듣고 나니 더 집 같은 느낌이다. 대화가 정다웠다. 칼국수도 엄마가 끓여준 맛이다. 따뜻하게 식사를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는데, 그러면서도 궁금해졌다. 남편과 둘이 내내 집에 있는데 왜 식당도 집 같은 분위기가 좋았던 걸까. 왜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꼈던 걸까.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집에 가서 가족들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며 밥을 먹고 오는데도 왜 또 다른 엄마가 있는, 발바닥이 따뜻한 그곳이 좋았을까.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집 밖에 나서니 집 같은 분위기가 편안하고 안정을 줘서 좋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