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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Jan 06. 2023

도서관 가는 일의 설렘과 부담

설레는 마음으로 부담스럽게 도서관에 다녀온 오늘

이사하면서 다니던 도서관이 멀어졌다.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가고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는 앉으나, 걸어서 17분, 자전거 타고 5분이면 가던 것을 집에서부터 4, 50분 걸려서 가게 됐다. 그것도 꼭 버스를 타야 한다. 이사하고 서너 번 다녀왔는데, 다닐수록 오가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진다. 미리 빌릴 책을 정해놓고 그것만 대출해 나와도 30분은 걸린다. 신착도서까지 둘러보면 1시간은 금방이다. 동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정도. 집에서 기다리는 남편에게는 지루하고 긴 시간이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정리한 후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지난번에 빌린 책은 3일 전에 다 읽었다. 읽을 책이 없으면 마음 한 부분이 불안하다. 오늘은 가야지. "도서관에 금방 갔다 올게. 갔다 와서 산책 가자. 2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아." 남편에게 말하고 서둘러 나섰다. 총총총 뛰어가서 버스는 기다리지 않고 탔는데 길이 좀 막힌다. 내려서도 총총총 설레는 마음과 함께 도서관으로 쏙. 나의 천국.


빌릴 책은 적어왔지만 오랜만이라 신착도서 쪽으로 먼저 갔다. 빠르게 훑아봐야지 했으나 책이 꽤 많아 시간을 좀 썼. 그래도 목표책은 위치번호를 적어왔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 그런데 빌리려고 했던 책들을 하나씩 보니 어라, 별로 읽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 읽을 것을 많이 빌려가야 한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서가를 돌며 마음에 드는 다른 책을 서둘러 골랐다. 시간은 이미 도서관에 도착한 지 1시간 반이 지났다. 집에 도착하겠다고 약속한 시간이 돼버렸다. 다행히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았지만 많이 늦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부터 `이제 여기는 그만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사 온 집 근처에 멋있는 도서관이 있는데 음악에 특화된 도서관이라 책은 많지 않다. 그래도 거기를 어떻게든 이용할까. 날이 풀리면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큰 도서관을 다녀볼까. 이런저런 궁리를 다.


집에 오니 남편이 "기다리게 해 놓고 늦게 오고" 라 살짝 투정 어리게 말한다. "미안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산책 가자." 했더니 "배고파서 라면 끓여 먹으려다 참고 기다렸는데 끓여서 같이 먹을까?" 한다. 평소 저녁 먹는 시간보다 조금 이르지만 나도 출출해서 그렇게 하기로. 라면을 끓이며 "아무래도 거기는 다니기가 부담스럽네." 했더니, "가까운데 나랑 같이 가." 하는 남편. 그래야겠다 했는데, 빌려 온 책이 예쁘다. 책을 펴는 맘이 설렌다. 도서관에 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 멀리 있는 도서관에 같이 가자고 할 수는 없고, 남편을 집에 혼자 두고 몇 시간씩 혼자 다니기도 편치 않고.(남편과 나는 거의 늘 함께 움직인다. 혼자 심심하게 둘 수 없다. 유별 인가.) 집에서 조금 먼 큰 도서관에 일단 한  가봐야겠다. 남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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