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쿠니 가오리와 정서가 비슷한가.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를 읽었다. 처음 간 의정부 정보도서관에서 발견했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
읽고 쓰는 일에 관한 에세이 집인데, 에세이와 더불어 아주 짧은 소설이 함께 있다. 어느 쪽이라도 에쿠니 가오리라는 사람을 잘 드러내므로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를 읽었다'라고 하지 않고 `에쿠니 가오리를 읽었다'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어쩌면, 뒤의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오래전에 쓴 글이고 많은 양은 아니라서 이 책 한 권으로 그녀를 다 읽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 책 한 권 분량의 에쿠니 가오리를 읽었다고는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나는, 그녀가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질 때가 많다는 걸 발견해 반갑고 좋았다. 예를 들면 재미있는 책을 읽는 동안은 혼의 절반이 책 속 세계에 가 있는 것이라든지, 고독한 기분이 들어 해질녘의 산책을 싫어한다든지(더구나 그 고독을 설명하며 집집의 부엌에서 저녁 냄새가 흘러나오는데 그곳이 내가 돌아갈 장소가 아니라서 슬프다고 했다. 다른 집 부엌에서 나는 저녁 냄새에 슬퍼지는 건 나뿐인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여름날의 해질녘에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고 의지할 곳 없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든다든지 하는 것.
다른 사람들과 얘기해보지 않아 그런 감정들이 보편적인 것인지 독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쿠니 가오리가 나와 비슷한 것 감정을 느끼다는 것이 반가웠다. 그게 대부분 쓸쓸한 것들이라 더 그랬다. 앞으로 그런 기분이 들 때 `에쿠니 가오리도 그런 걸'하며 외로움과 쓸쓸함을 덜어낼 수 있으니까. 어쩌면 그게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겠다.
에쿠니 가오리는,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그 질량만큼의 구멍이 뚫리고, 쓴다는 것은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으로 자신을 밖으로 조금 흘리는 것이라고 했으므로, 그럴 때면 글을 써야겠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