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이 그렇게 무서운 일인가? 식당에서 밥도 혼자 잘 먹고 극장도 혼자 잘 가는 나는 조금 의아했다. 혼술도 한 적이 있다. 해보고 싶었고 그다지 무섭지 않았는데.
저자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무섭다고 한다.
[그것은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경험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 말이다.]
이해가 되었다.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건 무섭지, 혼술이 그런 것 일 수 있지.
더구나 저자가 말하는 혼술은 '그저 가게에 혼자 들어가 먹고 마시고 계산하고 나오는 걸 뜻하는 게'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식사'니까.
그래서 저자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돈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그럭저럭 달성하고, 전근할 때마다 집이 넓어지고 고급 요릿집에도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되었으나
'처음 가보는 모래 놀이터에도 혈혈단신 거침없이 들어가 놀던 어릴 때'와는 다르게 '들어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술집 앞에서'무력함을 느낀다. 성장하며 '자립하기는커녕 오히려 퇴화한 게 아니가!'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혼술의 달인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펼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을 다시 배워나간다.
그 분투가 진지하고 깊어 재밌게 읽다 보니 '과연 나는 맨몸으로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자가 혼술의 두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간 것처럼, 나는 세계를 혼자 마주해 헤쳐나간 적이 있나 하는 물음.
글쎄...
생각해 보니 나는 혼자 마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굳이 그럴 때를 꼽자면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내가 외향적인 성격에 더 알맞은 취재기자로(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친해져야 하니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회사 건물 앞에서 늘 '이제 가면을 쓰는 거야! 밝고 적극적인 사람의 가면!' 하며 주문을 외웠었다. 그게 맨몸으로 세계와 마주한 경험이라면 경험이나, 너무나 감사하게도좋은 회사분들을 만나 잘 극복할 수 있었다. 많은 도움을 받아서,혼자 마주하며 극복했다고 하기는 좀. 저자가 처음 혼술을 하러 들어간 가게에서 알게 모르게 사장님 부부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고 가게도 하고 그동안 결혼도 했지만 나는 '독립'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과 같이 살다 결혼해 남편과 같이 사니 혼자 사는 독립도 해보지 않았고, 스스로 밥벌이를 해 살고 있으나 사는 집은 남편의 자본이 많이 들어갔으니 경제적 독립도 해봤다고 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했지만 어쨌든 부모님 손을 잡고 있다 남편 손으로 대상이 바뀌기만 한 느낌. 사회생활을 할 때도 척박한 땅이 아니라 어설프더라도 온실 같은 회사의 울타리 안에있었던 느낌.
그리하여 아직 어떠한 독립도 못한 나는, 내가 세계와 맨몸으로 마주해 극복해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저자의 혼술극복기를 진지하게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