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르는 굼벵이 Jun 04. 2023

나는 내가 꼼꼼한 줄 알았는데

꼼꼼하지 않은 걸 알아가는 오늘들

여기서나 저기서나, 요즘은 내가 꼼꼼하지 않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식물세밀화 그리기 수업에 가서나 정리수납컨설팅을 나가서나.


식물세밀화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꼼꼼함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이름에서부터 세밀화이니 예상했었어야 했는데, 평소 꽃이나 풀잎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나는 그들이 그렇게 복잡하게 생겼는지 몰랐다. 관련 책을 보고 그리는데 똑같이 그리는 게 너무 어렵다. 작은 부분 하나라도 놓치면 은 엉망이 된다. 꽃받침 털 한오라기, 나뭇가지의 질감이나 꽃의 명암까지 그대로 표현해야 다. 책을 볼 때나 옮겨 그릴 때나 세심하고 꼼꼼해야 하는데 나한테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그동안은 내가 꼼꼼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아니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정리수납컨설팅은 그래도 식물세밀화보다는 꼼꼼하게 할 수 있는 분야지만 나보다 일을 일찍 시작한 선배들을 보면 내가 꼼꼼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그들의 손길을 보며 나의 부족한 꼼꼼함을 채우고 있다.


이 두 분야를 오가며 내가 꼼꼼하게 못하는 부분들을 발견했을 때, 처음에는 나는 그들과 다른 결의 꼼꼼함이 있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해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저 내가 부족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기는 처음 배우고 있고 정리수납컨설팅도 이제 일을 시작해 인턴이니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여겨서는 나아지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 꼼꼼함이 필요해서 지금 그것들을 배우는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내가 꼼꼼함, 세심함을 배우는 시기구나, 그런 배움이 필요한 시기구나 생각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취미가 스트레스가 되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