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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Nov 12. 2024

결혼식 하객은 어른의 일

어른은 아니라고 느끼는 오늘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작년에 있다가 올해 없어진, 정리수납컨설팅 팀의 팀장님 첫째 아들 결혼식이었다. 팀장님은 지금도 여러 업체의 현장에서 가끔 만난다. 그간 예비며느리가 인사를 오고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에 입을 한복을 맞추고 하는 등의 진행과정을 들어왔었다. 결혼식 날짜가 확정되고 팀장님이 (지금도 있는) 팀 단체 톡방에 결혼소식과 청첩장을 올렸을 때, 모두 사이가 좋은 선생님들은 스케줄을 빼고 참석하자고 얘기했었다.


나는 혼주 지인으로서 하객으로 참석하는 게 어색하고, 그런 일이 나에게는 너무 먼 어른의 일인 것 같아 어떡해야 할지 고민했다.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한 적은 있어도 혼주 지인으로 결혼식에 간 적은 없었는데, 그 둘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혼주 지인으로 결혼식에 가는 것은  멀리 있는 어른이나 하는 일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나이로 보면 미성년을 한참 지난 성인이지만 어른은 아닌 것 같다. 사회적으로 보면 내 생계를 책임지며 성인으로서 1인분의 몫을 하고 있지만,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 외에 어른들의 일(?)은 미숙하고 잘 모른다.)


그런데다 이번달은 일이 적어 섭외가 들어오면 일을 해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축의금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축의금을 보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가 헷갈렸다.

그러던 중 (나보다 팀장님과 사이가 먼 것 같은) 친한 동생이 일이 있어 참석은 못하지만 축의금은 보낸다고 하기에 아, 축의금은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결혼식에 같이 가자고 하고 톡방에 있는 분들이 모두 참석하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참석하기로.


무튼 이래저래 결혼식에 가기로 결정하니,  이번에는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같이 갈 분들에게 물어 나도 똑같이 하기로 했다. 그런데 금액을 결정하니 이번에는 그걸 어떻게 전달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본래 결혼식 참석이 이렇게 고민할 거 많은 복잡한 일이었던가.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겠지.) 또 주변에 물어보니 봉투, 카톡 등의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고민 끝에 청첩장에 있는 통장으로 보내기로. 봉투는 내가 어색하기도 한 데다 번거롭고 카톡은 예의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혼식 날, 즐겁게 식을 보고 나와 단톡방 분들과 근처 카페에 가 커피를 마셨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팀장님이 모든 예식절차를 마치고 오셨다. 그 뒤 다시 자리를 이동해 맥주를 마시러. 나는 이때 집에 오려고 했으나 일행들의 손에 이끌려 호프집으로.. 예식은 오전 12시였으나 우리는 커피, 맥주를 거쳐 저녁 7시가 넘어 헤어졌다.


그래도 계속 함께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모두 만나 즐겁게 얘기했다. 혼주 하객으로 참석해 혼주와 함께한 뒤풀이까지 마치니 어른으로 가는 한 단계를 넘은 것 같기도. 하객 역할, 별 거 아니네.


그래도.. 아득히 멀리 있는 어른으로 가기는.. 지금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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