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용실도 혼자 못 가는 어른이 되었을까
남편과 같이 쉬는 날. 오전에 근교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왔다. 쉬는 날도 평소처럼 새벽 5, 6시에 일어나는 우리. 카페에서 놀다 와도 점심시간 즈음이다.
나는 최근 어깨를 덮는 머리가 불편해 머리를 자르리라 결심. 오후에는 미용실에 가야겠다고 남편에게(같이 가자는 의미로)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내 기대와 달리) 잠시 쉬다 운동을 하러 가겠다며 좀 있다 같이 나가자고.
나는 당황했지만(어.. 미용실 혼자 가기 좀 그런데..) 다 큰 성인이 혼자 머리 자르러 못 가겠으니 같이 가달라고 하지는 못하겠어서 일단 후퇴.
조금 시간이 흐르자 쉬고 있던 남편이 피곤해 운동하러 못 가겠다고 선언.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럼 미용실 같이 가자"라고 한 뒤 "혼자서는 머리 자르러 못 가겠어" 고백. 그리하여 머리하고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조건을 흔쾌히 승낙하고 함께 미용실로. (남편과 내가 같이 다니는 미용실은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별다른 것 없이 단발로 자르기만 하면 되는 거고 마침 손님이 없어 미용실에서는 금방 나왔다. 남편은 자르길 잘했단다.
짪은 시간 머리를 하며 '나는 왜 미용실도 혼자 못 오는 어른이 되었을까' 숙고했다. 아. 아직 어른이 아닌 건가. 그래도 혼자 극장이나 미술관은 잘 가는데. 식당도 갈 수 있고. 선별적 어른인가.
그런데 남편이 있은 뒤로는 혼자 어디를 가거나 무엇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 내가 항상 졸졸 붙어 다닌다. 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니 우리 둘 만 괜찮으면 된 거 아닌가,라고 (앞으로도 혼자 미용실을 못 갈 것 같은)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