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함은 어느 쪽에 있을까
호주에 이민 가 있는 남편의 오랜 친구가 오랜만에 가족을 두고 혼자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은 1박 2일 강릉여행을 계획했다. 그 친구가 바다를 보고 싶고 회를 먹고 싶다고 했단다. 그리하여 날짜가 정해지자 나는 슬슬 걱정이 되고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걱정은, 남편에 대한 것이었다. 여행 때문에 휴무를 바꿔 오래 일하고 피곤한 상태로 먼 거리를 가는 것도 걱정이었고,(중간에 회사 회식이 있었는데 남편은 술을 잔뜩 마시고 와서 나의 걱정을 더 키웠다.) 가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힘들어할까 봐 걱정되었다. 돌아와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피곤할까 봐서였다.(내가 옆에 있으면 조심시키고 챙겨줄 텐데..)
그리하여 남편의 여행 일주일 전부터 나는, 마음이 안정이 안됐다. 처음에는 내 마음이 왜 이러나 몰랐는데 평소와 다른 건 남편의 여행밖에 없으니 남편에 대한 걱정이 원인일 수밖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가 혼자 있어야 하는 게 불안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남편도 "내가 혼자 가니까 그런 거 아냐? 애착 장난감이랑 떨어져서"라며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게 사실일 수도. 다만 애착장난감은 아니고 애착반려인.
그리하여 친구들과 새벽에 출발한 남편은 월정사에 가서도, 그 근처 비빔밥집에 가서도, 테라로사에 가서도, 항구에 가서도, 사진을 보내왔다. 다음날 새벽에는 바다를 찍은 동영상을 보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전화를 통해 파도소리를 들려주려 했다.(너무 안타깝게 전화로 들리지 않았다.) 다정한 남편.
덕분에 남편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구나, 새벽에 일어난 거 보니까 전날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구나, 안심이 되었다. 그건 남편에 대한 안심이기도 했고(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남편과 계속 연결되어 있는 기분에 마음이 안정된 나에 대한 안심이기도 했다.
무사히, 남편의 1박 2일 여행이 지나가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