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건 뭘까
서울 노원에 있는 평생학습관에 책을 빌리러 다녀왔다. 내가 사는 의정부에서 그곳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버스를 타고 한 번에 가거나 버스를 한 번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나가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가장 편하고 시간이 적게 드는 것은 광역버스를 타고 한 번에 가는 거다. 다만 요금이 편도기준으로 1300원 정도 더 든다.
급할 일 없는 쉬는 날 여유 있게 다니기 때문에 보통은 지선버스를 이용한다. 시간을 더 쓰거나 조금 귀찮아도 요금이 덜 드니까. 그런데 오늘은 꾸물거리다 지선버스를 한 대 놓친 데다 어제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서 피곤하기도 하고 날이 덥고 습한지라 정류장에 바로 들어오는 광역버스를 탔다. 광역버스는 들르는 정거장이 적고 출, 퇴근 시간이 아니면 이용하는 승객도 많지 않아 빠르고 쾌적하게 학습관에 도착.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신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올 때도 광역버스를 탔다. 정거장이 가깝고 바로 들어오는 버스가 있었다. 그래서 갈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편하게 집으로.
왕복 2600원 정도를 더 썼지만 시간과 편리함을 얻었다. 2600원에 그것들을 산 셈. 어제 일을 많이 하고 돈을 벌었으니 그 정도는 나를 위해 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과, 과자 한 봉지 덜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공존. 그런데 시간도 편함도 쾌적함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계.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무엇일까.
나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편하게 있는 것을 포기하고 시간을 써서 노동을 하며 돈을 번다. 그 돈으로 편하게 광역버스도 타고 책을 읽을 여유도 얻는다. 끊을 수 없는 순환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