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 배웅
새벽 5시 40분이면 집을 나선다. 남편은. 빵을 만드는 일이 직업이라 그렇다. 아침을 먹고 출근하기에 나는 새벽 4시 조금 넘어 일어나 식탁을 차리고 커피를 타주고 문밖까지 배웅한다. 내 일이 많을 땐 힘들지만 새벽에 스스로 밥 차려 혼자 먹고 외롭게 나가게 할 순 없다. 혹 내가 전날 야근하고 늦게 올 때가 있어도 남편이 출근할 때 자고 있는 건 미안하다. 덕분에 매일 보는 새벽하늘, 매일 맡는 새벽 냄새.
가을에 들어서며 새벽 냄새와 하늘이 좋아졌다. 그래서 꼭 문밖까지 나와 인사한다. 알싸하고 쌀쌀한 나무냄새를 맡으며 아파트 복도에서 하늘을 본다. 얼마 전까진 하늘 저쪽이 붉어지며 해가 뜨려고 했는데 요새는 깜깜하다. 주변 아파트 건물을 보면 불 켜진 집들이 몇몇 있고 아래를 보면 움직이는 차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밖을 보지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남편이 아파트 복도를 걸어 나가는 모습까진 봤으나 출근을 위해 깜깜한 새벽 도로로 운전해 나가는 모습까지는 못 보겠다. 짠해서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생활을 위해 해도 뜨지 않은 거리로 나가는 게 짠하다.
남편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은 쉬고 내가 출근할 때. '가방을 메고 뛰어나가는 모습이 왜 그렇게 짠한지 모르겠다'라고. 그때 난 '그게 왜 짠하지, 뛰어나가서 그런가, 천천히 나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내가 출근길을 배웅해 보니 어떤 마음인지 알겠더라.
그렇게 서로 짠한 출근길. 그러나 짠하게 나가 만든 돈으로 예쁜 데서 커피도 같이 마시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으니 앞으로도 계속 짠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