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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짧으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by 구르는 굼벵이

본격적인 가을이 10월인 것 같은데. 시작과 동시에 긴 연휴로 남편은 바쁘고(베이커리카페는 휴일에 손님이 많다.) 비도 계속 내려 나는 쉬었어도 집에만 있었다. 연휴 끝자락부터는 나도 계속 출근. 둘 다 출근. 그러다 남편 휴무가 갑자기 바뀌면서 극적으로(!) 10월 중순의 하루, 같은 날 쉬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날 비가 온다는 예보. 나는 야외활동은 못하겠구나 아쉬웠지만, 대신 맛있는 거 먹어야지 즐거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쉬기 전날, 남편은 감기몸살이 잔뜩 들어 퇴근하면서 쉬는 날 저녁에 부장님과 약속을 잡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나에게 실망과 걱정을 안겼다.


다음날. 날은 예보와 다르게 화창하고 남편은 콜록콜록. 병원에 가서 감기약 처방을 받아 집에서 약을 먹고 누워서 휴식.


저녁약속은 당연히 취소하는 게 좋을 텐데 남편은 그러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해서 얘기하면 될걸 당장 내일 출근할 걱정에 주사까지 맞았으면서 굳이 저녁에 나갈게 뭐야. 아픈 와중에 꾸역꾸역 나간다는 것에 화가 나고, 그럴 체력의 여유 있음 나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지 하는 생각에 서운하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밖에 나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가을날인데.


오늘은 돌아오지 않고 다음이라는 시간은 없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해. 다음 우리가 같이 쉬는 휴일에 가을을 즐겁게 만끽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야속한 오늘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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