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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구원인가

일하는 삶이란

by 구르는 굼벵이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정리전문가. 프리랜서. 몸에 무리가 갈 때도 있으나 머릿속은 단순해진다.


쉼 없이 일하다 보면 한 며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진다. 일만 남고 나는 없는 느낌. 일하려고 존재하는 나만 남은 느낌. 공허하달까. 나를 잊어버린 기분.


몸 이곳저곳도 아프다. 특히 어깨. 어깨가 결리면 편두통이 오기도 한다. 안마기를 걸치고 있을 여유마저 없을 때, 파스가 내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그러나 일이 바쁘면, 내가 없어지는 만큼 흙탕물처럼 부유하던 잡생각도 없어진다.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다.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만 집중. 잡다한 생각과 생각 끝의 걱정으로 불안을 만들어 낼 여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일은 나의 구원.


어쩔 때는 몸도 일 한 후 더 개운해진다. 쉴 때 기운 없고 이곳저곳 안 좋다가도 일을 하면 몸이 풀리면서 생기가 돌기도. 해내야 한다는 정신력 때문인가.


그리하여 종합적으로 보면 일은 구원 쪽이다. 특히 바쁘게 일하는 삶. 다만 체력을 길러서(아니면 부지런해져서) 틈날 때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외국어 공부도 하면 좋겠다. 그러한 것들도 일이라고 여기면 더 잘 되려나. 그래도 내일 쉬니까 좋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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