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러 다닐 때가 행복했어

나와 같은 순간 행복을 느낀 남편에게 뭉클했던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남편과 저녁 산책을 나갔다. 요즘은 해가 일찍 져 저녁을 먹고 나가면 깜깜하다. 시원한 듯 차가운 공기가 좋았다. 어느 쪽으로 갈까 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중랑천으로 결정. 하천을 따라 걷는다.


한 20분 정도 걸으니 자전거 타러 나왔을 때 종종 들렀던 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음료 자판기도 있고 의자, 테이블도 있어 커피를 뽑아 마시며 쉬던 곳이다.


"걸어서 오니 새롭네" 남편이 말한다. 새로웠다. 걸어서 온 것도, 해가 지고 온 것도 처음.

"자전거 타러 한강 다닐 때가 제일 행복했어." 남편의 말.

"정말?" 처음 듣는 말. 이외였다. 가게가 잘 되 돈을 잘 벌었을 때가 제일 좋았던 때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마음이 몽글몽글.


남편과 나는 가게를 정리할 때 즈음 자전거를 타러 다니기 시작했다. 활발한 운동이 뭐가 좋을까 하다 자전거를 떠올렸다.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했는데 남편과 함께 타려고 배웠다. 혼자 타러 다니게 하기 싫었다. 취미를 함께 하면 좋을 것도 같았고.


그래서 둘이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 여름 한 계절을 자전거와 함께 했다. 당시 살던 곳에서는 한강이 가까웠다. 우리가 나간 쪽 한강에서는 조금만 가면 구리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북한강이 나왔다. 경치가 참 좋았다. 도시를 벗어난 기분도 들고, 무엇보다 시야가 트이니 마음이 트였다. 그 길 위에서 자전거를 타면, 걱정도, 불안도 사라졌다.


그러다 자전거가 서툴러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소나기가 내려 비를 맞기도 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예쁜 레스토랑에서 돈가스와 파스타를 먹기도 했다. 나도 그때가 참 좋았다. 넘어져서 얼굴이랑 다리가 까진 적이 있었는데, 쓰라린 얼굴로 바람을 맞고 아픈 다리를 움직여 바퀴를 굴려야 했지만, 오다가 쭈쭈바를 사 나란히 먹고 냉면을 포장해 오던 그 풍경이 웃음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남편도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좀 잘못 보고 있었나. 남편이라는 사람을.


남편과는 일이 좀 한가했을 때 산에도 종종 다녔다. 근처에 아차산이 있어 그쪽으로 갔는데 한 번은 산을 잘못 올라 인적도 없는 곳에서 바위를 타다시피해 내려온 적도 있다. 그때도 재밌었다.


나는 남편과 그런 때가 제일 좋았다. 같이 공원을 산책하고 산을 걷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때. 여행도 함께 다니지만 작은 일상을 함께 할 때가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여행 때도 좋다. 강릉에서는 버스를 잘 못 타 길을 잃고 헤맸을 때 재밌었고-덕분에 여름에 닭강정 들고 엄청 걸었는데 풍경은 무척 예뻤다.- 제주도에선 숙박하던 곳 동네를 산책하고 시장 구경할 때 좋았다. 먹을 것도 사고, 카페도 들리고 빵집도 들리고. -배경만 바뀌고 일상이랑 다를 바 없는 풍경인가.-)


그런데 남편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좀 뭉클했다. 같은 순간, 같은 장면을 똑같이 가장 행복했던 때로 여긴다는 게 감동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아픔을 참는 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