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끓일 때 안정감이 든다.

생활을 꾸려 가는 일에서 안정을 느낀다고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삶에서 나는 소리들이 있다.

일상을 꾸려가는 소리, '내가 살아 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하는 안심을 주는 소리들이 있다.


보리차가 끓고 있다. 김을 내뿜고 물이 보글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보리의 고소한 냄새가 번지기 시작한다. 언제나 이 소리는, 냄새도 한몫하겠지만,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살아 있구나, 일상을 잘 꾸려가고 있구나'하는 안정감이다.


세탁기를 돌릴 때도 비슷한 안정감이 든다. 힘차게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를 들으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나와 남편이 살고 있는 냄새다. 빨랫감을 쌓아두지 않고, 옷을 깨끗하게 빨아 입으며 잘 살아가고 있구나, 안심을 주는 소리다.


안정감을 느끼며 생각한다. 그럼, 이 소리들이 나지 않을 때는 마음이 안정돼 있지 못하다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겐 불안일 수도 있겠다. 가게를 정리하고 아직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런 소리들에, 그래도 내가 실용적인 일을 하고 있음을 느끼며, 더불어 일상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정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리들은 생산적인 소리이고, 살아 있는 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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