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재촉이 들리는 것 같아.

꽃이 핀 나무를 보며 대단하다고 느낀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요새 비가 오고 꽃샘추위로 쌀쌀할 때도 많았는데 기어코 꽃이 피고 있다. '기어코'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나무에게는 미안하지만(나무는 '드디어'라는 단어를 좋아할 것 같다.) 해마다 꽃을 볼 때면 나는 그 단어가 생각난다. 겨울의 추위는 물론, 봄이 왔어도 시샘하는 추위가 와 '아직은 봄이 아닐걸' 하는 데도 속지 않고, 지지 않고 꽃을 피워내기 때문이다.

책을 보니 뿌리가 이렇게 저렇게 일을 해 그렇다는데,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생각을 하고 계절을 살피고 세심하게 일을 한다는 게 매번 봐도 매번 경이롭다. 쌀쌀한 바람에도 요즘은 쉽게 꺾이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못하겠는데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싶기도 하고. 아직 두터운 잠바를 벗지 못한 내게 보란 듯이 꽃을 보여주며 "너도 해"라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고.

나무가 내게 너도 빨리 움직이라고 하루하루 더 무섭게 재촉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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