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가 근사하게 들렸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녹했던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이사할 집을 구하러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고 있다. 타오르는 태양빛 속을 걷거나 우산을 뚫을 것 같은 빗속을 걷거나. 그중 흐린 날이 있어 긴 우산을 들고나갔다. 마음에 두었던 곳을 한번 더 확인하고 괜찮으면 계약하려 마음먹고 나갔다. 부동산에 들려 집을 한번 더 같이 보고 계약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이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니 갑자기 조건을 모두 바꿨다. 이렇게 말이 왔다 갔다 한 게 여러 번이라고 사장님이 그러셨다. 결국 남편과 나는 계약을 안 했다.


부동산을 나와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가 다른 부동산의 다른 집을 보러 가기로 하고 근처 스타벅스에 갔다. 음료를 시키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잠깐 한숨을 돌리는데 주변에서 큰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보니 창가에 세워두웠던 내 우산이 뒤쪽으로 쓰러졌다. 뒤쪽에는 아주머니 서너 분이 담소 중이셨다. 놀라셨겠다 싶어 우산을 주우며 "죄송합니다." 말했더니 즉각 "괜찮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답은 예상 못했는데, 그리고 또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마음이 녹녹해졌다.


여러 동네 여러 부동산을 다니며 지친 마음이어서 더 그랬을까. 목소리도 밝고 유쾌하게 느껴졌다. 음료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날 땐, 차가운 음료와 에어컨 바람보다 "괜찮아요~" 때문에 기운이 났던 것 같다. 죄송하다는 나를 위해 해준 말.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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