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에 암에 걸리고, 30년이 지났다.

05. 최악의 첫 직장 - 그리고 폐전이

by 나리

고3 때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 주셨던 학교들 중, 유독 눈에 들어왔던 곳이 있었다. 춘천보다도 더 시골인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한 전문대였다. 학교보다는 ‘과’가 마음에 들었다. 일명 ‘관광oo리조트과’.


2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두 번의 실습을 하고, 2학기부터는 oo리조트에 정식 입사하는 구조였다. 당시 빚을 갚고 싶었던 나에게 빠른 취업은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다.


방학이나 주말에는 홍천에 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열심히 일하던 나를 좋게 봐주셨던 한 대리님의 추천 덕분에, 다른 친구들보다 두 달 빨리 입사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인기가 좋았던 워터파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정말 바쁘고 힘들었다. 그래도 젊음을 느끼며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직원들 중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맞기도 했다.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서 있기만 했는데, 한 남직원이 욕설을 하며 비키라더니 내 명치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21살의 어린 여자에게, 10살은 더 많아 보이던 남자가 휘두른 폭력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팔뚝살을 만지거나, 허벅지에 앉히는 등 성희롱도 빈번했다. 당시엔 그 모든 것들을 ‘다들 참으니까 나도 참아야 하나보다’ 하며 넘겼다.


시기, 아빠는 택시와 대리운전을 하셨다. 일하면서 셔틀버스를 놓친 고객들이 차량을 찾으면 아빠를 소개해드리기도 했고, 아빠는 서울까지 다녀오면 일당이 높아 좋아하셨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속이 많이 상했다.


특히 한 번은 돈 계산을 잘못해서 오만 원을 벌금처럼 내야 했던 날이 있었다. 하필 그날 대리운전을 하러 오셨고, 추운 날씨에 손님을 오래 기다리셔야 했다.


그날, 아무도 듣지 못하는 기숙사 샤워장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아빠는 돈 때문에 힘들게 일하고 계신데… 나는 일을 못해서 돈을 날리는구나.’


그렇게 죄책감에 울던 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해 여름, 워터파크의 가장 바쁜 시즌을 앞두고 나는 암이 폐로 전이되었다.





내가 근무했던 2011~2013년에는 입장객이 정말 많았다.

작가의 이전글5살에 암에 걸리고, 30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