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에 암에 걸리고, 30년이 지났다.

08.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 거라고?

by 나리

28살에 결혼을 하고 우리는 3년간 신혼을 즐겼다.
2년 정도는 아이 생각이 전혀 없었고,
‘내가 원하면 바로 생기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서른이 넘으면서 점점 아이 생각이 났다.
이때 갑상선암 수술 후기를 보다 보면
“갑상선약을 먹으면 임신이 잘 안 된다”는 글을 은근히 보게 되었고,
나도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준비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피임만 안 하면 생기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예전에 친구와 얘기하다 어떤 지인 얘기가 나왔었다.
그분이 아이가 안 생겨서 ‘날짜를 받아온다’고 했는데
그때 나는 ‘그게 뭐야?’ 하며 이상하게 봤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임신이 쉽게 되지 않으니
그때의 일이 너무 미안하고 후회됐다.
마치 벌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폐로 전이된 뒤 수치가 많이 안정되면서
나는 1년에 1~2회 정도만 병원에 갔는데,
아이가 안 생긴 지 1년이 채 안 됐을 즈음
서울 병원에 가서 “아이가 잘 안 생긴다”라고 말씀드렸다.


담당 교수님은
“갑상선약 때문에 임신이 안 되는 건 아니고,
암세포가 움직이지 못하게 약을 강하게 처방하고 있어서 그럴 수 있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약 조절을 해주셨는데
그 바로 다음 달에 아이가 생겼다.

물론 그동안 각종 영양제도 챙겨 먹고
혈액순환에 좋다는 운동도 열심히 하긴 했다.

1년이라는 준비 기간 동안
생리가 늦어지면 설레고,
생리가 시작되면 눈물이 나고,
남의 임신 소식이 부러워서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왜 아이 안 갖냐’는 질문에
“회사 승진 때문에…”, “아직 자유가 좋아서…” 같은 비겁한 거짓말을 얼마나 했던지.


그리고 지금, 임신과 출산을 지나온 내가
이 글을 이렇게 솔직하게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승리자의 기록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중적인 나.
때론 그런 나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결국, 이 또한 나다.

그 복잡하고 뒤엉킨 마음의 계절을 지나
정말 사랑하는 아이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주 작고 작았던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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