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너무 힘들다. 살고 싶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마음속에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올라올 때가 많다.
회사 생활, 집안일, 육아, 대소사 챙기기, 미래 계획…
아이를 낳고 난 뒤로는 생각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끝없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나는 금방 벅차오르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남편과 다투기라도 한 날이면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묻고는 급격히 우울해진다.
재택근무는 편한 점도 많지만, 어쩔 때는 이게 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침에 아이 등원 준비를 하는 것도 내 몫,
보내고 나면 바로 일 시작.
점심시간이 되면 또다시 집안일.
나는 계획하고 그 계획을 지키는 걸 좋아해서
요일별로 집안일을 나눠두었다.
• 월요일: 반찬 만들기
• 화요일: 이불·큰 빨래
• 수요일: 냉장고·수납 정리
• 목요일: 욕실 청소
• 금요일: 전체 집안 청소
• 한 달에 한 번: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 청소, 작은 방 화장실 대청소
그리고 그날그날 기본으로 해야 하는
청소기 돌리기, 설거지, 빨래, 점심 먹기, 계단 오르기 운동까지…
점심시간 1시간은 항상 숨 가쁘다.
그렇게 다시 일을 하고 아이 하원시키고, 씻기고, 저녁 준비.
하루가 꽉 차 있어서 늘 진이 빠진다.
그런데 남편이 “재택근무라 편하잖아”라는 식으로 말하면 서운함과 화가 같이 올라온다.
‘나는 일도 하고, 집안일까지 하고, 엄마 역할까지 하는데… 왜 이걸 몰라줄까.’
이렇게 바쁘고 지쳐서 우울한 날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이 조금만 아프거나 이상 기운이 느껴지면 반대로 엄청나게 살고 싶어진다.
“아니야. 오래 살아야지.
아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이 마음이 갑자기 아주 강하게 밀려온다.
그래서 다시 ‘그래,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건 결국 아이 때문이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 성실하게 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프지 않고 싶다는 마음도 지금만큼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 덕분에 나는 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