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개 Dec 12. 2022

8. 이상하다 이상해.

조금씩 더 아파지는 모습을 보이다.

  오톨이가 당뇨를 진단받은 지 반년여가 흘러가면서 나는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고 오톨이도 힘들지만 잘 따라준 결과, 혈당이 그래도 정상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 같았는데... 결국 인슐린 농도를 상당히 높였음에도 혈당 300이 넘는 수치가 한 달을 넘게 지속되는 것을 보며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 인슐린의 종류를 또 한 번 바꿔야 하나?'

 ' 인슐린 농도를 더 높여야 하나? 지금도 이미 높은데..'

 ' 사료를 또 바꾸면 괜찮으려나?'

조금씩 여러 가지 인자를 바꿔가면서 노력했지만 고혈당이 유지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오톨이는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plantigrade라고, 장기간 고혈당을 겪은 당뇨 고양이 전형의 걸음걸이가 있다. 발꿈치를 살짝 들고 걷는 보통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라, 발 전체를 바닥에 대고 걷는 모습인데, 오톨이가 이런 걸음을 보이면서 어기적어기적 발을 바닥에 끌면서 걷기 시작했다.

  

좌측은 정상, 우측이 plantigrade


  사뿐사뿐 그 어떤 장애물도 터치하지 않고 가뿐히 피하며 날렵하게 걷던 우리 오톨이가 이제는 걸을 때, 아저씨가 슬리퍼 끌듯이 지익지익 끄는 소리가 나고, 캣타워에 올라가는 걸 꺼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모래를 덮고 나올 때, 뒷다리를 제대로 피하지 못해서 소변과 모래를 발에 왕창 묻히고 나오는 일까지 발생했다.


  교과서에서 plantigrade는 당뇨 고양이의 전형적인 자세라는 걸 배웠지만, 이런 발걸음으로 인해 고양이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보호자가 어떤 걸 주의해주어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은 지식이었구나...

  그간 보호자에게 내가 설명해주었던 plantigrade는 자세를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적으로 환자가 무엇을 겪게 되는지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걸 깨닫게 되면서 당뇨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내가 병원에서 겪은 입원 환자의 증상은 보호자분이 집에서 느끼시는 증상의 정도와 현실적인 문제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세심한 질문과 이해가 필요하겠구나...


엄마가 보이는 곳에서 자야함


  그리고 이때 오톨이는 구토를 가끔 했는데, 구역감이 시작될 때 오톨이의 모습은 너무 불쌍했다. 안절부절못하면서 "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방구석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더니 한 곳에 웅크리고 앉아서 갑자기 "꾸윽꾸윽" 하며 배가 울렁이다가 토를 하더라. 이런 오톨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덩달아 몹시 예민해졌다. 오톨이가 속이 안 좋아서 '우욱' 하는 소리만 가볍게 내도, 새벽 4시 5시에도 눈이 번쩍 떠졌고, 화장실에서 모래 덮는 소리만 나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오톨이가 소변을 밟고 찜찜해하지 않을지 감시한 후에 괜찮으면 다시 잤다.


  오톨이는 잠이 늘었고, 완전히 떡실신을 한 것처럼 넋을 놓고 자는 일이 잦아졌다. 여전히 귀엽고 엄마 쟁이에 끌어안는 걸 좋아하는 껌딱지 고양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오톨이가 많이 지쳐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혈당이 높아서 힘들어본 적이 없으니 오톨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 못 해주고 있을지 몰라 항상 미안했고 불안했다.



  "오톨아, 이제 우리끼리는 더 이상 안될 것 같아. 다시 입원해서 혈당을 어떻게 해서라도 낮추고, 일반 당뇨가 아니라면 어떤 질환이 동반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을 다시 한번 해야겠어. 오톨이 병원 가는 거 싫어도 한 번만 더 참자?"

  오톨이는 김 쌤네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엄마 형아가 도톨이랑 안놀아줘... 게다가 자다가 발로 막 차............흥칫뿡


매거진의 이전글 7.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