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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Dec 16. 2022

9. 볼드모트를 부르다.

입밖에 내어 말하기 싫었던 질환, 뇌종양이 의심되다. 2번째 입원.

  오톨이는 결국 2번째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을 하면서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수액과 인슐린 CRI(constant rate infusion : 저농도의 약물을 수액처럼 지속적으로 정맥주사를 통해 주입하는 방법)를 진행하면, 혈당이 한풀 꺽이면서 낮아지고, 췌장이 좀 쉴 수 있게 되면 기본 혈당이 한단계는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고혈당 증상을 유발할만한 다른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추가 검사를 진행해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쌤과 나는 멘붕에 빠지기 시작했다.

오톨이는 인슐린 CRI 용법에 반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리 높은 농도의 강력한 인슐린을 주어도 당이 안떨어지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일주일을 넘게 시간을 끌었는데도 적절한 농도를 찾지 못할 만큼 일반적인 상황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고혈당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은 간질환, 췌장염에서부터 그 흔하지 않은 고양이 쿠싱이라는 질환까지 거의 대부분 검사상으로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여길 또오다니!!


  김쌤이 머뭇거리며 말한다.

  "아무래도 오톨이... 이상해요. 일반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알고있었다. 우리 둘다 알고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믿고 싶지 않았고, 입밖으로 내기 싫었고, 설마설마 하던 그 질환.

  You-know-what.


수의사 경력 10년이 되도록 한번도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던 그 질환. 고양이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Acromegaly.


  이 질환을 대놓고 의심하면서 보니, 점점 더 그럴듯해 보였다.

혈당이 이렇게까지 잡히지 않는 이유가 뇌종양이라면 말이된다.

또 이 질환을 가진 고양이들의 특징적인 외관에 오톨이가 부합되는 것 같기도 하다.

MRI 촬영 전까지 확신할 수는 없다는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 불길한 그 생각을 따라갔다.


  오톨이 면회를 위해 퇴근 후 찾은 김쌤네 병원...

  결국 김쌤 앞에서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정말 뇌종양이면 어떡해요?"

  "......"

  "뇌종양이면 정말... 이제 어떻게 해줄 수 없는거잖아요."

  "......"




  오톨이 입원장 앞에서 오톨이랑 얘기했다.

오랜 입원과 고혈당에 지친 오톨이는 소금에 절인 것 처럼 추욱 쳐져 있었고 이제껏 본 모습중 가장 힘이 없어 보였다.


엄마... 오톨이 집에 가고싶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울어서 붉어진 얼굴이었지만 소리내서 힘주어 말했다.  

  "오톨아, 아무 걱정하지마 알았지?
어떤 병이어도 엄마가 절대로 끝까지 지켜줄거니까, 오톨이는 엄마만 믿어."


  사실 나 스스로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별로 힘이 없다는걸 알고 있었다. 뇌종양이면 시한부를 진단받는 것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무슨 방법으로든 지켜줘야겠다는 나 스스로의 다짐 같은거...


하아... 입원이란... 쫌 힘든걸...?


  열흘만에 퇴원을 한 오톨이를 데리고 후배가 일하고 있는 MRI 촬영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너무 두려워서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던 볼드모트... 너를 만나러 간다!!



   번외)

형아는 또 도톨이만 놔두고 어디에 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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