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hristian Louboutin
크리스티앙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명품 구두 브랜드로 빨간색 밑창(red sole)이 유명하며 이는 브랜드의 상징이자 전 세계적인 트레이드마크로 등록되어 있다.
정숙한 테레사(Teresa Castella : Casta는 이탈리아어로 정숙하다는 뜻)는 어쩌다 자신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됐는지 늘 궁금했었다. 아버지는 난봉꾼이었고 그렇다고 그녀의 엄마도 정숙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 날 학교 생물 시간에 봤던 아메바처럼 그녀의 엄마도 무성생식으로 그녀를 낳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더랬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짙은 검은 머리와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직업까지도 물려줬다.
유일한 차이점은 기껏해야 항구에 뜨내기 선원이나 트럭 운전사를 상대하던 엄마와 다르게 그녀의 고객은 도시의 돈이 많은 사업가라는 점이었다. 어찌어찌 고등학교는 졸업했고 그녀는 책 읽는 것을 즐겼다. 물론 고객들 앞에서 변변찮은 지식을 자랑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겸손함이라는 걸 스스로 깨달을 만큼 그녀는 조숙했으니까. 다시 이름으로 돌아와, 도무지 정숙이라곤 눈을 씻고 찾으래야 찾을 수 없는 그녀의 삶과
카스텔라라는 성은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포주인 마르코도 그녀의 이름을 듣고는 실소를 터뜨렸다. "비앙카라던가 줄리에타라던가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어때?" 소위 '발기부전을 덜 일으킬만한 이름'으로 바꿀 마음은 없는지 그는 물었다. 테레사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고개를 저었다.
굳이 다른 이름 뒤에 숨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가능한 피하고 싶었지만, 여러 번 머리를 굴려봐도 가장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매춘이라는 이 직업만 한 게 없었다. 어찌 보면 이 역시 생계의 한 수단이고 죽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그녀 스스로 믿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테레사는 검은색 돌체 앤 가바나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그에 어울리는 검은색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스텔레토 힐을 신었다. 붉은 밑창이 피처럼 선명했다. 그녀는 그와 같은 색의 립스틱을 발랐다. 그것이 로베르토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
붉은 옻칠을 한 검은색 스텔레토에 로베르토는 환장을 했다.
"Resa ....Vieni qui, cuore mio(이리와 나의 심장)."
이 스텔레토를 신을 때면 그는 한참 동안 그녀의 발목과 종아리로 이어지는 선을 들여다보다 천천히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침대에 앉히고는 신발을 벗기고 발가락부터 입을 맞췄다.
젊음이 영글 데로 영근 그녀의 흰 허벅지를 특히나 오랫동안 탐닉했다.
로베르토를 처음 본 곳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의 낡은 호텔이었다.
한때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으나 인근 도시의 휴양지 개발로 빠르게 쇠퇴한 그곳을 찾는 이는 별로 없었다. 더구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비수기의 날에 그곳은 손님 보다 직원의 수가 더 많을 정도로 한적했다.
바닷가 호텔의 한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그녀를 맞이했다.
그의 앞에는 네그로니가 놓여 있었다.
"마르코에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겸손한 아가씨라고 하더군요. 정숙한 테레사라..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네요 하하하 "
테레사는 놀리는 듯한 그의 말에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차분해 보이는 그의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그 둘은 술을 한 잔 마시고 위에 있는 객실로 올라갔다.
예상과 다르게 그날 그는 테레사의 몸에 손끝하나 대지 않았다.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는지, 즐겨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혹시 책은 읽는지.. 시를 좋아하는지..
시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고 않고 책은 즐겨 읽는다고 하자 그는 그녀에게 그가 최근에 읽고 있다는 하이쿠라는 일본 정형시를 읊었다.
'봄밤인데
그대를 홀로 두고
내가 잠들 수 있을까?'
"저기..... 2시간 후에는 제가 가야 하는데요. 제가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동일하게 비용은 청구됩니다."
불안한 테레사가 말했다. 처음에 이렇게 젠틀한 손님은 나중에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진상을 폈다. 혹시나 하드코어의 서비스를 원할까 봐 그녀는 어딘가 숨어있을지 모르는 마르코의 수하들에게 여차하면 신호를 보내려 창밖을 흘깃거렸다.
그녀의 눈에는 마르코 패거리의 작은 푸조의 자동차 보다 먼저 그사이 그친 비 뒤로 우울한 회색 하늘을 고즈넉이 나는 갈매기가 들어왔다.
갈매기는 짙은 회색의 바닷물 위를 날다 수면을 박차고 높이 날아갔다.
짙은 시가 향에 몸을 돌린 테레사는 방심한 사이에 그녀의 곁에 바짝 다가선 로베르토를 발견하곤 흠칫 놀랐다.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아가씨. 당분간 한 달에 두 번 내가 연락을 하면 이 호텔 이 객실로 와요. 이렇게 나와 2시간의 시간을 보내면 약속된 금액을 주겠소."
첫날은 어색하게 테이블 의자에 앉아 로베르토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을 하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질문은 친근해졌고 그녀의 대답은 길어졌다.
그게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이제 그들은 이별을 해야 했다.
로베르토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테레사는 실감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사랑의 하이쿠를 읽어줬던
그녀의 로베르토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