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테레사의 겸손한 이별 2

Christian Louboutin

by 이레

로베르토는 죽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는 행복하고 빠른 죽음을 맞이했다.

외형보다는 내면이 아름다웠던 그는

테레사에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가끔 테레사는 로베르토가 진짜 그의 아버지였음 어땠을까 상상했다.

'섹스를 하는 부녀지간이라니...'

그녀는 곧 더러운 그녀의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저었다.

더러운 몸에 더러운 생각이라니 태생부터 더러운 DNA가 아닐 수 없다.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테레사는 그의 장례식에 갔다.


마을 중심 광장에 있는 성당으로 들어갔을 때는 한창 장례미사가 거행 중이었다.

테레사는 그녀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검은 미사보를 썼다.

그럼에도 그녀의 붉은 입술은 검은 레이스를 뚫고 도드라져 보였다.

창백한 듯 하얀 그녀의 피부도 레이스 너머 관능적으로 반짝였다.


"저기 좀 봐요!"

"뻔뻔하기도 하지! 여기가 어디라고!"

사람들의 호기심과 시기와 경멸이 얇은 씨실과 날실이 되어 거미줄처럼 성당 안을 에워쌌다.

'그를 사랑한 건 죄가 아니야' 그녀의 생각과 달리 허락받지 못한 관계라는 원죄적 죄의식 때문인지

테레사는 주민들의 눈을 피해 맨 뒷자리에 섰다.

사제의 기도문을 뚫고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퍼졌다.

남자들의 탐욕적인 눈초리 옆에는 경계가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그들의 아내들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온거래요?"

"안나는 뭐라 할까요?"


아이들은 어른들 사이에 금기시되는 마녀라도 본 듯이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였고

나이 든 남성들은 끈적이는 눈길로 테레사의 온몸을 훑었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로베르토의 작은 아들 로렌조가 뒤를 돌아보다 테레사를 발견했다.

언젠가 로베르토의 가족사진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나를 닮아 자유로운 아이지! 내가 갖지 못하는 자유를 이 아이에겐 주고 싶어!" 로베르토는 언젠가 말했다.

테레사와 눈이 마주치자 로렌조는 테레사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곧 로베르토의 아내 안나의 제재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금발에 호리호리한 체형의 안나는 우아한 콧날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기품과 우아한 콧날은 큰 아들 아드리아노에게로 이어졌다. 그는 테레사를 더러운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여기는 듯 그녀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철저한 무시 그것이 그가 테레사에게 보내는 저항이었다.


작은 소란 속에 미사가 끝났다.

로베르토의 관이 들리고 그의 가족 묘지로 장례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대대로 마을의 유지였던 안나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로베르토는 같은 마을 출신의 똘똘하고 자유분방한 청년이었다. 예술을 사랑하고 문학을 즐겼던 그는 가난 때문에 그의. 가족의 번영을 위해 책보다는 숫자를 즐겨야만 했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장인의 사업체를 도시로 옮기고 그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그러나 죽어서는 원래 그가 살던 작은 마을로 돌아왔다.


테레사의 자리는 장례행렬에 제일 마지막이었다.

안나와 그들의 자식들 뒤로는 로베르토의 양쪽 친지들이 뒤따르고 그의 친구들 그리고 사업상 알게 된 지인들 고만고만한 사연을 지닌 마을 사람들

그들의 뒤가 바로 테레사였다.


행렬 앞에서 누군가의 울음이 터졌다.

테레사는 당당하게 그를 위해 울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잠시나마 부러웠다.

그녀에겐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 놓고 그를 추모할 수 있는 자격도 허락되지 않았다.

'왜 그래야 하지? 마지막에 그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나 아닌가?'

두 뺨 위에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것은 로베르트를 위한 눈물인가 아님 대놓고 슬퍼할 수 없는 그녀 자신을 위한 눈물인가 테레사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어두운 성당에서 밝은 광장으로 나오자 눈이 부셨다

눈을 감은 그녀의 귓가에 송곳처럼 한마디가 들어와 꽂혔다.

"더러운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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