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그녀와의 어느 목요일
이것은 헌사다.
이것은 러브레터이다.
자유롭고 현명한 영혼에게 보내는 나의 연서.
"어느 날 지도를 펴 놓고 내가 사랑을 나눴던 사람들의 나라를 생각해 봤더니 별로 없더라고"
자유로운 그녀는 어느 날 신도시의 노천카페테라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 날은 테라스에 앉기에는 다소 더운 날씨였으나 남은 자리는 테라스 밖에 없었기에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나는 사랑을 나눈 남자가 별로 없지만 안 먹어본 음식은 별로 없으니 당신은 사랑을 나눠 난 그 남자의 나라의 음식을 요리해 볼게 그리고 둘이 책을 내는 거야! 연애와 레시피에 대한 책이지! 어때?"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내가 말했다.
"꽤나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그리고 그녀는 에스프레소 콘 파냐를 그 더위에 홀짝거렸다.
"당신 말이야~ 각 나라의 남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음식을 먹어봤을 거 아냐 뭐가 기억에 남아?"
나의 물음에 그녀는
"지금은 이 에스프레소가 가장 맛있네"라고 답했다.
그녀는 이태리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매일 아침 2층에서 내려오면 1층 거실부터 향긋한 커피 냄새가 진동을 해~ 마크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그 위에 생크림을 한 스쿱 얹어줘! 그게 우리의 아침인사야."
그녀는 마크와의 키스를 상상하듯 황홀하게 이야기했다. 잠시 나는 그들의 아침 인사를 상상하고는 과연 나는 이런 로맨틱한 아침의 시작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다.
나는 이태리 남자와 섹스도 한 적이 없고 에스프레소를 좋아하지도 않고 마시고 싶은 생각도 마실 생각도 없다.
문득
나의 러브 라이프를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님 이 보수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그녀는 나와 다르게 자유롭다.
모든 이들은 그녀 앞에서 평등했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자산가도 쓰레기를 치우는 할머니도 모두가 그녀 앞에서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당당하다.
언젠가 뭐 기업의 회장님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지금까지 내 눈을 똑바로 마주 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네가 처음이구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항상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그녀는 늘 공정하고 정확하게 판단을 하고
잘 위로한다.
언젠가 말도 안 되는 소개팅을 개떡같이 망치고 와서
1층 화장품 코너에서 넥크림을 17만 원 주고 와서는 목에 쳐발쳐발하며 그녀에게 전화를 했을 때도
그녀는 기똥차게 나를 위로했다.
"자기야. 내가 단언하건대 오늘이 당신 인생의 바닥이다. 이제 올라갈 일만 있을 거야!"
물론 그 이후의 여럿의 바닥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녀의 오늘이 내 인생에서의 마지막 바닥임을 주문처럼 되뇌며 이겨내오고 있다.
그녀는 이태리 남자와는 헤어지고 영국 노신사를 만나고 있고 나는 여전히 이태리 남자와 잔 적이 없고 에스프레소는 별로다.
그녀가 여전히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마시는지 알 수는 없다.
지금이라면 오후 3시쯤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에 밀크티를 마셔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매번
카페의 주문 카운터에서 망설인다.
"뭘 드시겠어요?"
메뉴에 적힌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몇 년째 째려보고 있지만
늘 주문하는 건
"아메리카노요. 샷을 하나만 넣어서."
그러나 언젠가 그 크림 위에 쓴 맛을 이겨 낼 날이 올거라 믿고싶다.
레시피
에스프레소 콘파냐(Espresso Con Panna):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 마시는 심플하면서도 진한 맛의 음료.
재료
에스프레소 1샷 (약 30ml)
휘핑크림 (무가당 또는 약간 설탕 넣은 것)
코코아 파우더, 초콜릿 칩, 계피 가루 (선택사항, 데코용)
만드는 법
1. 에스프레소 추출 더 진하게 원하면 더블샷 추천
2. 휘핑크림 준비. 시중 휘핑크림을 사용하거나, 직접 생크림(휘핑크림용, 35% 이상)에 설탕 약간 넣고 70~80% 정도만 부드럽게 휘핑
3. 작은 에스프레소 컵에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담는다
그 위에 휘핑크림을 숟가락으로 살살 얹어준다
코코아 파우더, 초콜릿 가루, 계피를 살짝 뿌려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