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여자의 곤한 한 끼
한 배에서 태어난 우리 엄마와 이모는 성향도, 성격도, 외모도 완전히 달랐다.
할아버지의 영원한 사랑이었던 엄마와 달리, 이모는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났다.
즉흥적이고 기분파였던 할아버지를 닮은 건 엄마였고,
성실하고 꾸준한 할머니를 닮은 건 이모였다.
이모는 일찍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40년 넘게 똑같은 하루를 살아왔다.
자정 무렵 가게 문을 닫고, 새벽 다섯 시면 다시 일어나 도매시장으로 향했다.
가게를 청소하고, 집을 정리하고, 밥을 차리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반면 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는 할아버지의 용돈을 받았고, 결혼 후에는 아빠의 생활비를 받았다.
가계부를 써본 적도 없고, 사고 싶은 건 반드시 샀으며,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했다.
희한하게도 엄마는 원했던 걸 이루지 못한 적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뭐니 뭐니 해도 팔자 좋은 년을 따라갈 순 없다.”라고 하셨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는 눈이 크고 광대가 오밀조밀하게 드러난 얼굴을 가졌다.
성실하게 가게를 쓸고 닦으며, 몸과 뼈를 갈아 자식들을 키웠다.
남편을 봉양하고, 가게를 일구며 묵묵히 살아왔다.
일을 마치고 피곤에 절어 집으로 돌아오면,
밥에 물을 말아 엄마가 보내준 오이지나 깍두기와 함께 허기를 달랬다.
그녀에게 밥은 단순한 에너지 보충일 뿐이었다.
가족이 둘러앉아 기도하며 맛을 음미하는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입맛이 없을 때면 이모는 냉장고 깊숙한 유리병에서 새우젓을 꺼냈다.
엄마가 보내준 고춧가루와 마늘을 넉넉히 넣어 두부찌개를 끓였다.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이 간단한 찌개는 이상할 만큼 맛이 기똥찼다.
엄마도 여러 번 흉내 내 보았고, 나 역시 따라 해 봤지만 그 맛은 도저히 같지 않았다.
재료도 간단하고, 요리법도 단순한데
어째서 그 깔끔하고 짭짤하며 고소한 맛은 나오지 않는 걸까.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맛술도 넣어보고 육수도 더해봤다.
그러나 그럴수록 맛은 멀어졌다.
마치 잡으려 하면 할수록 흩어지는, 기억 속의 맛처럼.
아무리 팔자가 좋은 엄마가 따라 하려 해도 그 맛은 늘 엄마의 손 끝 너머에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녀의 두부찌개는 단순한 재료의 조합이 아니었다.
성실한 그녀의 땀, 허세 없는 그녀의 성격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녹아든 한 그릇이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뒤 끓여낸 그 찌개는
그녀 자신처럼 담백하고 깔끔했으며, 동시에 깊었다.
가끔은 그 맛이 그립다.
아니, 정작 그리운 건 그 찌개가 아니라
이모인지도 모른다.
재료: 두부한모, 간장, 새우젓 한 스푼 가득, 고춧가루 한 스푼 가득, 마늘 한 스푼 가득, 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 파 한 뿌리
만드는 법:
1. 작은 냄비에 두부한모를 칼집하여 넣는다
2. 새우젓 한 스푼 소금을 곱게 다진다.
3. 2에 마늘과 고춧가루, 약간의 참기름을 섞는다
4. 두부 위에 양념장을 올리고 물을 아주 약간 자박하게 부은 후 약불에서 끓인다
5. 양념장이 스며들고 두부가 익으면 위에 어슷 썰어놓은 파를 올리고 한 소큼 끓인 후 먹는다.
주의점: 물은 많이 넣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만 자박하니 넣을 것. 불 조절이 관건. 아주 약한 불에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