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착하기만 한 여자의 사랑
우리 앞집에는 대학병원 간호사가 살았다.
목포가 고향인 그녀는 혼자가 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목포출신인 그녀의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제법 좋았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김자반이었다.
김을 만들고 남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김조각 들을 커다란 봉투에 넣어 헐값에 팔았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그걸 사다 식용유를 두르고 설탕과 소금을 뿌려 맛깔나게 볶았다.
어린 시절 반찬투정이 심했던 나는 그 반찬을 유독 좋아했다.
흰밥에 김자반을 얹어 먹으면 꿀맛이었다. 단짠단짠 한 그 맛에 간식으로 몰래 퍼 먹기도 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간호사 언니는 -일단 미영이 언니라고 하자- 미영이 언니는 빼어난 미녀는 아니었다 단발의 파마를 하고 소박하게 생긴 기억이다. 분명 미인이었다면 내 기억에 확실히 남았을 텐데 기억에 없는 걸 보면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영이 언니는 나를 이뻐했고 그때 마침내 동생을 낳아 애를 봐줄 손이 필요했던 엄마는 옳다구나 하고 나를 넘겼다.
언니는 나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가서 그네도 밀어주고 미끄럼틀도 타게 해 주고 그림도 같이 그려주고 머리도 땋아줬다.
마음이 착한 미영이 언니는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연인즉, 큰 대학병원에 간호사였던 미영언니는 그 병원의 의사와 눈이 맞았다. 그 시대의 신파 영화에서 처럼 그녀는 모든 걸 그에게 주었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 의사 양반은 부유한 집의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도 그렇다고 지울 수도 없이 사면초가에 몰린 그녀는 가장 쉬운 해결방법으로 자신이 없어지기로 결심했다.
"미영이가 죽는 날 꿈에 나와가 자네 딸을 그린 그림을 나한테 보여주더니, 웃으믄서 가더랑께" 이삿짐을 싸두고 현관에 서서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하던 할머니는 이 말을 전해주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날 저녁 나는 엄마 옆에 꼭 붙어 잤다.
혹시나 미영이 언니가 이쁘게 그린 내 그림을 가지고 와서는 같이 가자 할까 봐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이불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며 잠을 잤는지 깼는지 모르는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미영언니와 음식솜씨가 훌륭했던 그녀의 어머니는 우리 인생에서 사라졌다. 목포식 김자반과 함께.
간혹 식당에서 김자반을 만날 때면 두 모녀가 생각난다.
둔할 정도로 착하기만 했던 두 모녀.
세상을 살아가기엔 착하기만 한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착하기만 한 여자의 사랑은 언제나 끝이 쓰다.
레시피: 김부스러기, 식용유, 설탕, 소금, 약간의 액젓, 통깨, 참기름 약간
1. 약간의 액젓, 설탕과 부스러기 김을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강불로 올린다 연기가 날쯤이 되면 불을 끄고 1의 재료를 넣고 빠르게 볶는다.
3.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식성에 따라 후루룩 참기름을 뿌리고 통깨를 톡톡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