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와 같은 문장에 대해서 그 의미를 몸소 느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운이 좋게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다녀오면서 위의 문장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갖게 되었다.
출발 전 예상과는 달리 트래킹 코스의 대부분은 좁고 가파른 길이어서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기보다는 길게 늘어진 한 줄의 행렬로 매일 걸었다.
컨디션이 좋아 가장 선두에 있을 때는 후미의 동료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속도로 걸어갔다. 평균적인 날에는 중간에서 걸었는데, 선두와 후미의 페이스를 조율하는 대화를 담당했었다. 조금 지칠 때면 뒤에서 쫓아가며, 틈틈이 돌아보며 후미를 신경 써주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 그리고 함께한 후미 동료들을 서로 응원하면서 걸어갔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걸음을 함께 했을 뿐인데, 각자의 위치에 역할이 생겨났고, 스스로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나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걷게 했다.
비단 트래킹에서 뿐만 아니라, 내가 걸어가고 있는 다른 길에서도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학문의 길에는 많은 선/후배 연구자들과 동료들이 있었고, 자기이해라는 이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이 함께 하고 있었음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된 순간 조급해하지 않더라도 나는 오래, 멀리 걸어갈 수 있겠다는, 무엇인지 모를 평온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