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자랑 스타일
칼스버그(Carlsberg)는 덴마크의 오래된 맥주회사다. 코펜하겐의 밸뷔(Valby)라는 지역에 예전 칼스버그 양조장을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이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와 상점들이 들어서 Carlsberg byen(칼스버그 시티)라고 도시의 한 지역을 칼스버그 시티로 만들어 버렸다. 칼스버그는 성공적인 맥주회사이기도 하지만 칼스버그 파운데이션(Carlsberg foundation)이 덴마크 사회의 예술, 과학, 문화에 공헌한 바는 덴마크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된다. 덴마크의 랜드마크인 인어공주상도 처음 칼스버그의 창립자의 아들 칼(Carl)의 의뢰로 제작되었고 이후 코펜하겐시에 기증되었다. 이제 칼스버그는 덴마크 내 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큰 맥주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슈퍼마켓이나 맥주전문점에서 덴마크 칼스버그 맥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칼스버그가 몇 년 전 The Danish ways라는 타이틀로 낸 TV광고가 있었다. 덴마크의 최고의 배우 메스 미켈센(Mads Mikkelsen)을 내세웠다.(이 배우는 할리우드에서도 굉장히 성공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 국민배우를 전속모델로 쓰는 칼스버그 맥주 광고에는 덴마크가 유엔 행복 보고서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면서 덴마크의 행복 비결들을 나열하며 칼스버그 맥주도 행복의 비결 중 하나라는 그런 줄거리다. 그리고 마지막의 광고 카피는
.... The World’s best beer! Probably....
세계 최고의 맥주! 아마도...
라고 말하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이 광고의 주목할 부분은 마지막 단어 probably(아마도)였다. 광고란 무엇인가. 몇 초 밖에 안 되는 사간 동안 그 제품을 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를 잠재고객에게 전달하는 게 아닌가. 세계 최고의 맥주라고 해도 믿을까 말까 한 이 마당에 끝을 probably라는 아리송한 표현으로 얼버무리는 건 무엇인가. 이런 확신에 차지 않는 말로 말끝을 줄이는데... 왜 였을까?
이 광고는 덴마크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다.
덴마크인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낸 위트 있는 광고 카피
였기 때문이다. 이 광고에는 덴마크의 행복의 비결에 말하며 국가의 자랑거리를 압축해 잘 묘사한다. 그 ‘자랑거리’들은 ‘자연을 즐기는 것’, ‘멋진 디자인 가구’, ‘워라밸’(work life balance), ‘휘게’(hygge)등 메스 미켈센의 자전거를 따라가며 무심한 듯 의연한 게 보여준다. Probably the BEST beer in the world라는 슬로건에는 덴마크인들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는, 너무 드려내고 자랑하지 않는 덴마크인의 특징이다. “ 얀테의 법칙”(‘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덴마크식 사고방식. 필자의 다른 글에 자주 설명되어 있다)때문에 이들은 피상적으로 드러내고 자랑하지 않는다. 드러내고 자랑한다는 것은 ‘내가 남보다 도 낫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세계 최고의 맥주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게 이 사람들에게는 좀 낯간지럽다.
둘째로, ‘세계 최고’라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맥주’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그저 질과 맛의 차이만 있다. ‘세계 최고 맥주’라는 주장에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절대적인 의미의 ‘세계 최고의 의미’를 쓰기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probably라는 말을 붙인 것이다.
자랑을 하는 행위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다.
자랑을 함으로써 우리는 인정받고 싶어 하고 나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자 노력한다. 덴마크인들도 자랑을 한하지만 자랑을 하기에 덴마크는 기본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랑을 한다는 것은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을 자랑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부러움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덴마크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확률을 객관화시킨 숫자가 있는데 지니계수(Geni Coefficiency)라고 한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경제적 지표다. 이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소득격차가 낮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아주 낮은 지니계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덴마크는 평균 50%에 가까운 세계 최고의 세금률을 자랑한다. 소득이 많으면 비율은 더 커지는 누진세가 적용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빈부격차가 적다. 돈의 절대적인 양을 따지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겐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질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 쉽게 말해 부자가 먹는 것 가난함 사람도 먹을 수 있고, 멋진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갈 수 있고, 아이에게 비슷한 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학벌과, 부, 물질적인 것을 많이 자랑하지는 않는다.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의 삶이 동경이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내 삶도 꽤 괜찮은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 사람들도 당연히 자랑을 한다. 하지만 자랑하는 스타일, 품목과 내용이 좀 다르다.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이 태어난 곳이다.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한다. 이웃에 반상회나 학부모 모임 그리고 지역사회 안건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여 자신의 책임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선거철 투표율도 깜짝놀랄만 하다. 어떤 선거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85-90%란다. (북한도 아니고 너무 높은 거 아니니?^^) 선거철이 되면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신이 투표를 했는지에 대해 ‘은근히’ 말해줌으로써 책임감이 있고 지역사회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몇 등을 했는지 상위 몇% 인지는 자랑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점수는 있다. 점수는 과업에 대한 평가이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했는지에 대한 상대적 비교 평가는 아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서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공하는 책임감 있는 부모인지 자랑한다. 학부모 모임에 자신이 얼마나 책임감이 강한 부모인지를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지난해에 덴마크 정부에서 발표한 덴마크인들의 건강상태를 우려한 기사가 났다. 덴마크인들이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 전문가 패널이 형성되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로 해야 할 일로 학부모들과 학교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부모 인트라넷(Intranet)을 폐지하라는 것이었다. 자녀들이 속해있는 학교의 사안에 학부모의 참여도가 너무 심해 다른 부모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는 ‘치마바람’은 부모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행위라면 이곳에서는 책임감 있는 부모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부모의 지나친 열정 정도라 할 수 있다.
우리 아파트 윗집 이웃집 남편은 손재주가 정말 좋다. 톱과 망치로 뭐든지 손만 대면 만드는 ‘금손’의 소유자다. 방음이 잘되는 문을 직접 짜서 만들어 달고, 핸드메이드 신발장도 만든다. 그 이야기만 해도 반나절은 금방 갈 것이다. 엄청 뿌듯해하며 자랑한다. 그 밖에도 덴마크인들은 집안과 정원을 꾸미고는 그것을 얼마나 자랑하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디자인 제품과 가구들은 정말 고가의 제품도 많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했다’라는 것이다. 자신의 자립성과 행동성을 자랑하고 싶은 속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덴마크의 실내 장식과 인테리어 디자인, 핸드메이드 제품, 정원은 세계에서도 수준이 높은 것이다.
자랑할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자랑하고자 하는 게 자신의 가치관을 대변해 주는지를 보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돈과 미모를 자랑한다면 돈과 외적인 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보여주기 식 자랑할 거리는 많지만 진정 내 가치관을 보여주는 자랑을 하는 게 현명한 자랑이 아닐까? 자랑하는 내용을 보니 어떤 가치관을 중요 라게 생각하는지가 보인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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