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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Apr 01. 2020

코로나 시대 집에 갇혀 있어도 꽤 행복할 사람들

덴마크인에게 집의 의미란

모두가 문을 닫고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요즘 풍경



지금처럼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적이 없을 것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Lockdown”이 대책인지라 레스토랑과 쇼핑몰도 모두 문을 닫았다. 외출을 최대한 줄이고 가급적 집에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한 지 2주가 지났고 아이들의 보육시설은 문을 닫고 모든 가족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가족의 일과도 하루 두 번 산책을 가는 시간 빼고는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바깥세상 온전히 나의 집이 나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 자유롭게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함으로 몸이 비비 꼬이는 나날이지만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덴마크 사람들은 ‘그래도 집에서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유는 이렇다.



집돌이 집순이 밀집지역 덴마크

덴마크인처럼 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선은 이 사람들은 집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낸다. 보통의 하루 일과를 보면 8시 출근에 3시 반이나 4시 퇴근해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보육원에서 픽업하여 집에 다 모이면 5시 전이다. 직장에서도 야근이나 회식은 일 년에 몇 번이고 보통 칼퇴다. 남편의 경우 주중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경우도 손꼽을 정도로 드물고 집밥 충성도가 장난이 아니다. 오후 4시부터 취침시간이 10시라고 해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어도 6시간이다. 취침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의 상당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것이다. 특히나 밤이 긴 겨울이면 사람들은 더욱 긴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다. 일상이 단조롭고 재미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선 ‘빨리 집에 들어가서 집에 있는 게’ 꽤 중요한 일상이다. 집에 꿀단지라도 숨겨 놨나? 덴마크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집을 좋아할까?



가족이 가족으로 존재하는 공간 

덴마크인들에게 있어 가족은 우선순위 1순위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고 가족에게 시간을 쓰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가족들과 휴가를 가고, 가족들과 집에서 음식을 해 먹고, 함께 ‘휘게’를 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다른 많은 것을 희생한다. 가족시간에 있어 타협이란 거의 없다.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 가족의 시간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곳이 워라밸 (work life balance)이 높고 복지정책이 잘 되어 있는 것도 ‘가족’이라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 받고자 하는 철저한 가족 우선 주의가 가져온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집은 이러한 가족들이 모여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잠자고 밥만 먹는 1차적인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잠깐 들어가 밥을 먹고 다시 일하러 가기 위해 쉬러 다녀 가는 곳 아닌 가족이 가족으로서 기능을 하고 서로의 삶을 보호하는 곳이다.



소셜 활동의 중심지

덴마크에서 사회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직장도 레스토랑도 클럽도 아니다. 바로 집이다. 집에 가서 ‘집콕’만 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집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이곳에서는 보통 20대 초반의 싱글이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은 친구나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소셜 활동을 한다.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함으로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인증된 방법으로 사용됐다. 초대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스타일과 철학이 담겨 있는 집으로 꾸며졌는지, 좋은 ‘휘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분위기를 가진 집으로 꾸며졌는지를 보는 것은 이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다. 집이 크고 디자인이 특출 나면 더욱 좋겠지만 사이즈와 가격대등은 중요하지 않다. 작으면 작은대로 스타일이 있고, 자신을 드러내는 디테일한 소품들이 있다면 더 할나위 없이 좋다. 이렇게 집은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래서 집은 그 사람과 그 가족의 작은 전시회장이 된다. 다른 집에 가보더라도 다른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덴마크에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잘 발달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으니 집에 신경이 더 써질 수 밖에 없다. 집은 가족뿐만이 아니라 타인들에게도 자신과 그 가족을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가 된다.



끊임없는 가꿈의 노력

이렇게 집에 있고 싶을 정도로 집을 쾌적하고 기능성이 높은 집으로 만들기 위해 이들은 많은 시간을 쓴다. 하루아침에 그냥 뚝딱 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업체에 맡기기 보다는 직접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붙이고 조립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집에서 보내는 ‘휘게’의 시간으로 생각한다.


휘게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소소한 일상의 것을 이야기하며 따뜻한 차나 초콜릿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그 순간을 즐기는 것

‘집에 있으면 뭐해, 나와~’ ‘방콕이나 할래’라는 말은 이곳에서 하지 않는다. 집에 있으면 언제나 집을 꾸미며 가꾸며 할 일이 있으니 말이다. 남편도 집에 있으면 Sylvan (대형 철물점 겸 홈 관련 제품을 파는 곳) 가는 게 일이다. 작은 홈 프로젝트에는 끝이란 없다. 대단한 취미가 없어도 집을 가꾸는 일에서 행복을 얻는다. 집을 나가 뭔가 특별한 것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주변의 작은 것을 돌보며 소중히 여기는 ‘소박함’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한다. 그러한 소박했던 일상들은 그렇게 소박하지만은 않은 프로젝트들이 되어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게 한다. 이러한 꾸준함과 노력의 결과로 가족들이 쾌적하고 질 높은 시간들을 보내는 것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들이 우리의 삶을 해치는 시작에 불구할지 모른다고 한다. 우리는 점점 더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질지 모른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집에 대해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집의 부동산 가격의 가치보다 집안의 가치에 투자한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조금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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