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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Dec 28. 2022

크리스마스를 지나며…

어느 아침의 짧은 글

겨울의 아침과 새벽사이 무거운 어둠을 뚫고 혼자만의 아침시간을 포기할 수 없어 뭉그적 뭉그적 거리기를 몇 차례 반복함 후에야 따뜻한 이불속을 빠져나왔다. 젖은 어둠이 나를 맞이한다. 밖에는 축축한 겨울비가 오나 보다. 며칠 꽤 포근한 날씨를 이어 오더니 겨울이기를 포기한냥 가을비 같은 역간의 온기가 있는 비가 내린다. 여운이 긴 바람이 쓔웅하고 세차게 일고 문 앞 타일바닥에 있던 나뭇잎들을 쓸어내며 스륵스륵 구르는 소리 이내 점차적으로 사라진다. 꽤 빠른 속도로 반복된다. 안은 평온하지만 밖은 이미 바빠진 듯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무엇인가을 마시고 싶어 무엇을 마실까 잠시 고민한다. 남편이 좋아해서 한국에서 대량 구매해온 연한 인삼차를 마실까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은 꽃향이 가득한 덴마크 차를 마실까. 부엌 서랍장을 열어 손에 먼저 잡히는 꽃향이 나는 덴마크를 선택한다. 부드럽고 약간은 달콤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한 스푼의 꿀을 80도의 따뜻한 물에 더해본다. 그리고 차가 우려 질 때까지 눈을 감고 기도로 기다림을 대체한다. 씁쓸한 맛을 달콤함이 감싼다. 온몸이 서서히 따뜻해진다. 지난 며칠 동안 분주했던 마음을 가라앉는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이제는 크리스마스 때의 높은 에너지가 서서히 가라 않는다. 모두들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분주한 준비로 긴장되었던 마음들을 이완시킨다. 바쁜 일상들로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친척들을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다. 나의 인생을 살아내느라 다른 이들의 삶에 관심을 보이지 못한 미안함에 너무 깊이 물어보지 못하고 어물쩍 거리기도 한다. 며칠간의 시간을 갑자기 몇 가족들이 함께 보내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모여 서로를 경축하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지만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한 준비와 마음들은 꽤 힘들기도 한 시간들이다. 다른 형태의 가족의 모습들, 어린아이들부터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각자의 니즈와 상황이 다르니 극도의 인내심과 이해심이 필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통해 서로가 곁에 있음을 상기시키고 다음 해를 맞이하는 시간으로 넘어간다.


크리스마스 시작 이틀 전부터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기까지 아이들은 방학이고 어른들은 휴가기간이다. 친구들을 만나며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힘들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넋두리를 하며 명절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새해가 되기까지 집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갈 산책길이나 집안의 활동들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



단조롭지만 여유로운 겨울 속의 시간들. 멈춘 듯. 같은 듯. 죽은 듯. 한 날들 같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봄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들을 우리는 조금은 고요하지만 생생히 살아갈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중간의 어느 날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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