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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Jan 16. 2023

겨울 바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시간

겨울 산책길에서

이번 겨울은 비가 많이 그리고 자주 온다. 나는 날씨와 싸우기가 싫어 꽤 오랫동안 날씨에 관심을 끊고 있었다. 날씨에 대해 관심을 너무 많이 가지면 어차피 상처받는 것은 나뿐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날씨의 하는 이런저런 소리는 듣지만 깊은 관심은 가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관심을 받지 못한 날씨는 가끔 관심을 끓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할 때도 있지만 특히 겨울에 나는 더욱 단호해 지기로 했다.


이 차갑고 어두운 겨울 속에서 그리운 것은 아침이다. 아침과 낮의 시작점이 애매한 하루 속에서 아침의 행적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아침이 주는 위로와 설렘을 듣고 싶은데…‘어제는 어제였고 오늘은 오늘이다.’ ‘오늘이 주는 선물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명확한 목소리가 듣고 싶어 무거운 겨울옷을 껴입고 아침을 찾아 나섰다.


이른 월요일 아침 밖은 어두움이 아직 떠나질 않았지만 하늘은 조금 맑은 하루를 준비하고 있는 듯 구름 그림자 뒤에 슬쩍 빛들을 감추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맑음을 오늘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부터 장화를 신고 걷는 게 좋아졌다. 슬로우러닝 아니면 걷기를 하며 내 나름대로의 작은 의식이 생긴 것일까. 두툼한 안창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까만 고무장화를 갖추어 신고 있으면 약간 설레는 느낌도 생긴다. 까맣고 두툼한 검은 장화를 신고 있으면 웅덩이나 진흙창이 있는 곳도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예외 없이 만나는 이런 진창들을 만날 때마다 아 내가 맞았어. 장화를 신기를 참 잘했어하며 나를 칭찬하며 어깨를 으쓱거리기도 한다. 주어진 환경을 조금은 내가 통제 할 수 있다는. 약간은 닥친 문제 우위에 있는 그런 느낌. 그렇게 조금 씩씩해져 본다.


겨울 해변을 오랜만에 찾았다. 바람이 조용하고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올라 나의 산책길을 환영했다. 이곳저곳 파인 웅덩이에 살얼음이 얼었다. 까만 고무장화 신은 나의 발걸음은 살얼음 위를 걸으며 얼음을 깨부순다. 발자국이 많은 모래 위. 서리가 덮여 얼어붙었지만 밟으면 푹신푹신 내 발자국을 받아들인다. 생각보다 춥지는 않은 것 같다. 강하기만 하고 정 없어 보이던 겨울이 약한 모습도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연민이 생기기도 한다.


조용한 바닷가의 아침. 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은 산책의 시작길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갈매기들이다. 어떤 녀석들은 하늘을 날고 어떤 녀석들은 살랑살랑한 박자로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둥둥 그렇게 떠 있다. 누군가 갈매기는 자유라 했던가. 넓은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모습 속에서 누구는 자유를 보았나 보다.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들은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해변가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듯 보인다.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롭지는 못한 듯.


내 감이 맞았다. 수평선 너머에 붙어있던 구름들은 솜사탕을 펴 놓은 듯 차분히 펼쳐져 있고 내가 기다리던 아침이 하늘색과 연분홍의 수채화 색깔로 나타났다. 걸어온 몇 발자국 안 되는 시간 안에서 애매했던 아침과 낮의 시간 속을 걸어본다. 좋고 예쁜 것은 많이 봐 놔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저장해 놓아야 한다. 어둡고 약할 때 그 기분과 기억이 머릿속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위로를 전할지 모르게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했었다. ‘혼자’라는 말이 ‘외롭다’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혼자만의시간 속에서 떠다니는 그리고 날뛰기까지 하는 나의 생각을 차분함으로 감싸줘 본다. 그리고 내 내면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처음엔 말이 없던.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던 내 안의 내가 천천히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듣는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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