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이혼/재혼 이야기
종종 남편의 친구나 이웃사람들 중 이혼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전해 듣는다. 이렇게 주변에서 이혼 소식을 자주 듣는 걸 보면 이곳도 이혼율이 꽤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덴마크만큼 이혼 절차가 간소한 나라가 있을까? 이혼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법원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18세 이하 자녀가 없고, 조건 협상이 필요 없다면 온라인에 이혼합의서에 서명만 하면 5분 이내에 이혼이 성립된다. 디지털 서명으로 서류 제출 후 이혼 절차 비용 115000원(650 크로네) 면 그렇게 클릭 몇 번으로 남이 된다.
덴마크의 이혼율은 굉장히 높다. 2018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41-55%의 높은 이혼율을 보인다. 2019년 통계에서는 이혼율이 약 35%로 전년대비 약 25% 감소했는데 그 이유는 2019년부터 18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신청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하는 새로운 법안이 생겼기 때문이다(이 법안은 시행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그 법안과 이혼율 감소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한다. 법안 통과 후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유예기간을 가지게 된 부부가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이혼에 대한 생각을 돌릴지는 우선 시간을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결혼한 커플의 대략 반절이 이혼을 하는 셈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가족을 중시 여기기 때문에 덴마크의 이혼율이 낮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렇게 결혼한 부부의 반은 갈라선다. 내가 이혼을 직접 경험하지도 않았고 덴마크의 이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결혼과 이혼 그리고 가족과 육아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다. 이곳에서 보고들은 이혼에 대해 몇 가지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이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양육권은 가능한 50:50으로 부부의 관계는 끝났지만 부모로서 역할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인 중에 서로의 삶의 우선순위와 방향이 달라 이혼을 결정한 부부가 있다. 이들이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아이에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이혼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부모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법, 아이에게 이혼 소식을 전하기 위한 최적절한 시기, 그리고 실질적인 아이의 양육방법에 대해 상담받는 모습을 보았다. 부모 중 한 사람은 이사를 나가야 했다. 하지만 아이의 유치원을 옮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50:50으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유치원 근처에 새로운 집을 마련했다. 아이의 일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덴마크에서 인기 있는 데이팅 앱(Dating App)은 틴더(Tinder)라는 앱이다. 사진과 프로필로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전방 몇 미터 내에서 고를 수 있다. 관심이 가는 이성을 Like 하고 상대방도 Like를 하면 매치가 이루어져 채팅을 시작할 수 있다. 이혼을 한 사람들은 데이팅 상대를 찾아 데이팅 앱을 많이 이용한다. 이 앱에 쉽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7/7이나 6/8 등의 숫자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공동양육 중에 한 달 중 아이를 보는 날이 며칠이고 언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선은 이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는 것에 스티그마(Stigma)는 거의 없는 게 놀랍다. 이혼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우선은 전 결혼에서 아이가 있고 그것을 밝히는 것에 대해 거리낌은 거의 없다. 이런 조건들이 데이팅을 하는 데 있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지만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진 않는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책임과 약속이 우선순위이다. 아이가 있는 날은 상대가 맘에 들어도 서로 날짜가 맞지 않으면 데이팅은 뒤로 미뤄야 한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내가 보는 이혼은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강도가 좀 낮은 것 같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되거나 인생의 실패자가 되지 않는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혼에 대한 사회적 스티그마(Stigma)는 없다. 그리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간다. 내가 보는 주위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가족을 꾸린다. 1-2년 정도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혼했다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일도 없으니 남을 위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 좀 더 빨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이혼과 재혼이 그다지 이상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덴마크의 1/4 어린이들은 “배 다른 형제”을 가지고 있다. 주위 친구들 중에 이복형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나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혼 후 재혼을 하거나 각자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족들이 생긴다. 서로의 아이들이 생겼고 그 아이들은 전부인/남편과 함께 양육하는 델르반(Delebarn-공동양육하는 아이)이 된다. dele- 라는 말은 share(나눈, 함께)라는 뜻이다.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삶은 완벽하게 제거될 수 없고 그 과거를 껴안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전 부인/남편은 아이의 문제로 끊임없이 인생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가족에 대해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덴마크어로 그 용어들을 보면 그런 사고방식이 묻어져 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우선 새엄마/새아빠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보너스모아(Bonusmor- 보너스 엄마), 보너스파(Bonusfar-보너스아빠)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다. ‘보너스’로 생긴 엄마/아빠라는 뜻이다. 그리고 다른 용어도 있는데 팝-(papmor,popfar, papsøskende, papbarn)이라고도 부른다. Pap 은 박스 재료로 쓰이는 골판지를 의미한다. ‘진짜’가 아니라는 뜻이 있고 이런 상황에 대해 아이러니로 표현한 것이다. 아빠의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 현실적으로 진짜 엄마/아빠는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재혼을 하는 가정에서 각자의 자식을 데리고 온다. 새로운 두 가족의 결합이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된 두 가족은 각자의 아이들에게 ‘새엄마’이고 ‘새아빠’로 불리길 기대하지 않는다. 덴마크에도 스탤(stedmor/far)라고 영어의 Step-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많이 사용되진 않는다. 엄마가 재혼을 했다고 엄마의 파트너가 나의 진짜 아빠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은 없을 것 같다. 그들이 쓰는 용어에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서로를 사랑하여 결혼을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인생의 문제를 함께 겪어가며 심플했던 인생이 복잡함을 더한다. 이들에게도 관계를 지속하고 결혼 속 행복을 연장하는 것이 이곳에서도 쉬운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래도 이혼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 더 리얼리스틱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이혼의 여러 면도 많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곳의 부부의 세계는 서로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을 해야 한다고 결정을 했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좀 더 행복해 질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덴마크이혼#이혼율#데이트#재혼#데이팅앱# 아이에게집중#행복#부부#부부의세계# 반달쓰기#한달쓰기#4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