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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날한 날 Jun 07. 2023

외로워하는 내가 싫어서(서울이 추운 건 사실이야)

토마토시금치로제파스타

외롭다고, 고향집에 내려가고 싶다고 말버릇처럼 이야기를 시작하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타진해 봤던 건 올해 초부터였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찾아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울이란 섬에 갇혀 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는지 나는 더욱더 혼자여서 외로워졌다. 이런 투정에 엄마는 지금 누구나 다 그렇다고, 다 우울한 시기라고 했다. 놀 사람이 없다고 말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나에게 같이 놀아주는 반려후배가 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너무 고마웠지만,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은 길었다. 함부로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앓았다. 반려동물이라도 키우면 낫지 않을까 싶어 기웃대고 있지만, 그건 나만을 위한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고민스럽다.


얼마 전 겨울에 뜨끈한 방바닥에 몸을 지지려고 큰 방에서 자다가 날씨가 풀려 침대방으로 옮겨 잠을 잔 첫날,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서 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치면 바로 일어나 모든 창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다시 눕는 나였다. 오랜만에 방이 바뀌니 또 불안함이 도졌나 보다. 그러다 겨우 새벽녘에 잠들었는데 '툭-'하는 소리에 번뜩 깼고, 소리가 난 곳을 확인했다. 한 철이 지나 빨래를 하고 쌓아둔 이불이 불균형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드득 쓰러져 있었다. 순간 '아, 정말 이렇게 못 살겠네.'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잠에 들었다.


혼자서는 더 이상 잘, 살지 못할 것 같다. 외로움이 파도처럼 덮치고 혼자여서 불안한 시간들이 쌓여간다. 하지만 홀로 너무나 잘 살아왔던 나이기에 외로워하는 내가 싫다. 많은 시간들을 혼자 어찌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내가 예전 같지 않아서 싫다. 외롭다고 계속 투정 부리는 나도 싫고, 사람들이 주는 마음을 반쪽으로 채우는 것도 싫다. 그래서 지쳐버린 서울을 떠나 항상 곁에 있어줄 가족들과 함께한다면, 나를 사랑하는 내가 기억하는 건강한 내가 다시 돌아올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욕심은 있어서 혼자여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을 내려놓을 수 없어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이 추운 건 사실이다.



2020년 4월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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