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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03. 2021

절필의 이유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축복 같은 하루 인지…

몇 달 전 고대하고 고대하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쓰고 발행한 글 여러 편은, 브런치 에디터님의 은혜로 다음 메인에 걸리는 가문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에 중독이 되었다. 울려대는 알람에 가슴을 콩닥거리며 브런치 통계를 확인할 때면 말도 안 되는 조회수가 나를 마치 등단 작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브런치에 심취하여 글을 쓰고 피드백을 확인해대던 즈음이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건강하시던 할머니께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우리 외할머니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셨다. 평온하던 아니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말고는 오히려 너무 아무런 일이 없어 심심하던 나의 일상은 그 길로 깨졌다. 그 코로나, 지겨운 코로나는 우리 엄마의 면회마저 방해하였다. 나는 해외에 있느라 마음으로만 동동거리고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으나 볼 수가 없어 매일을 눈물로 지냈다. 하지만 한국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하여 면회 전면 금지.. 엄마는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 병원 주차장에서 맴돌아 보았지만 직접 할머니를 만날 수는 없었다. 코로나, 정말 여러 의미로 지독하고 비정한 병이다. 우리가 겪고 보니 뉴스 속 요양병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가족 분들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 할머니는 뇌출혈이라 의식이 없으셨지만, 전국 요양병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야말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실 것 같았다.






온 가족의 간절한 마음과 다르게 할머니는 아무래도 힘드신 것 같았다. 엄마는 할 수 없이 일상을 사셔야 했지만 혹시 몰라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셨다. 그러던 중 엄마는 드디어 당신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현대의학의 힘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임종의 순간을 예견하시고 가족들이 임종은 지킬 수 있게 해 주시는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당신의 엄마와 헤어졌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겨우 할머니의 산소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소녀 같이 예쁘고 착하던 우리 할머니.. 나와 우리 남편과 우리 아들을 그렇게 이뻐해 주셨는데, 해외에 살다 보니 늦게 찾아뵙게 되어서 정말 죄송할 따름이었다.



이게 나의 절필의 이유이다. 할머니가 아프신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한 번씩 브런치가 생각나고는 했지만 큰 슬픔의 일 속에서 브런치를 쓴다는 것이 참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았다. 나는 진짜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나와 다르게 삶의 여러 일 속에서도 진짜 작가님들은 글을 쓰실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얼마나 어떠셨을지는 감히 상상이 안된다.




세월이 약이란 말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지닌 말이다. 무뎌지는 건지 받아들이는 건지..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보니 브런치가 다시 마음에 걸린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브런치 작가가 어렵게 되다 보니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에 나름 스스로 무게를 느낀다. 올린 지 오래된 글이지만 한 번씩 라이킷이 눌러져서 알람이 오고 새롭게 구독자도 늘기도 했다. 그 알람을 볼 때마다 ‘아. 다시 글을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글로 시작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꼭 써야만 할 것 같았다. 아니 쓰고 싶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힘들게 얻은 브런치라는 나의 세상을 다시 키우고 넓혀가고 싶었다. 그래서 장비를 구입했다. 패드는 원래 있었지만 패드로는 자판 쓰기가 어려워, 그동안은 노트북으로 브런치 글을 썼었다. 그런데 노트북으로 쓰다 보니 뭔가 번거로운 기분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패드를 활용해보자는 마음으로 블루투스 자판기를 구매했다.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장비가 갖춰지니 글을 또 쓰고 싶어 졌다. 그런데 다시 시작하려니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해야 다시 글이 써질 것 같았다. (사실, 할머니의 천국 가심 말고도 또 하나의 큰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번에는 쓰지 않을 것이다.)





무튼, 우리는 지나 봐야 안다. 아무 일도 없던 하루가 얼마나 축복 같은 하루였는지 커다란 일상의 변화를 느낀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무사태평… 이 네 글자의 엄청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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