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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박 Pilot Jun 19. 2020

좋은 신발은 사람을 멋진 곳에 데려다 준다

비행화, 암벽화, 레이싱화, 테니스화, 골프화 등등

살아오면서 어떤 신발들을 신어 보셨나요?

지금부터 제가 신어본 신발들에 대해 용도를 중심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옛날 어떤 순정만화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좋은 신발은 사람을 멋진 곳에 데려다 준다"라구요.

조금 인생을 살아보니 그 말이 맞더라구요.

제 글을 처음 읽으실지도 모르니, 우선 저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저는 그냥 중년이구요. 직업으로 비행기를 타는 캡틴박이라고 합니다.

(멋진 꽃중년이 되고 싶지만, 아직은 그냥 중년이네요)


그럼, 제가 소제목에 적어놓은 "비행화" 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비행할 때 신는 신발'이란 뜻입니다.

군조종사들에게는 '조종화'라는 신발이 지급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군에서는 조종을 못해 보았어요.

에어라인은 몇몇 회사에서 '비행화'라는 것이 지급됩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따로 비행화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신어 보았는데요. 이름만 비행화라고 할 뿐, 그냥 평범한 신사화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왜 굳이 비행화로 글을 시작했나요?

라고 궁금하시죠? 그렇습니다. 그냥 조종사 이야기를 해 드리려는 것입니다.

조종사는 비행가방을 가지고 출퇴근을 합니다

그렇다보니, 노면상태가 아주 중요합니다. 비포장 도로나 표면이 너무 울퉁불퉁한 바닥은 비행가방을 끌고 다니기 힘듭니다.

어떤 공항은 공항바닥에 카페트를 깔아놓은 경우가 있는데요.

비행가방도 끌기 힘들고, 신사화는 미끌어지기 일수입니다.

공항에서 조종사들은 폼나게 다니는 것 같지만, 너무 자주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혼란스럽고 지겨울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번달에 비행을 사이판,말레이지아,인도,태국을 간다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면 보통 24시간을 머물다가 돌아옵니다.

제가 사이판,말레이지아,인도,태국 이 목적지들마다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같이 비행가는 부기장님이 친한 분이라면 모를까, 처음 보는 부기장님하구 비행을 가게 되면, 이 낯선 나라들에 머물면서, 식사도 혼자해야 하고, 혼자서 브런치와 유튜브만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돌아올 것입니다.

승객분들에게는 멋진 여행지들이겠지만, 조종사들에게는 그저 밥먹고, 잠자고 비행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는 똑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비행화가 저에게는 잘 맞는 신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암벽화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실내암벽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허리통증 때문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에어라인 조종사를 하다보니, 계속 앉아서 일하고, 불규칙한 식사시간과 수면시간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졌습니다.

골프,테니스 등의 운동을 해 보았지만, 의사선생님이 허리통증에는 수영이나 철봉에 매달리기 같은 운동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철봉에 매달리기는 너무 재미가 없었고, 수영은 제가 물 속에 있는 것을 안 좋아하다보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것이, 실내암벽등반.

먼저 강습을 신청해서 홍대쪽에 실내암벽하는 곳에 찾아갔습니다.

몇 일 기본 교육코스를 마치고, 혼자서 틈날 때마다 암벽장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매달리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면, 옆에서 연습하시던 고수분들이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습니다.

암벽등반을 시작한 후에 허리통증도 사라지고, 몸도 가벼워지고 모든게 너무 좋아졌습니다.

벽에 매달려 있을 때는 잡생각들도 없어지고, 매달려 있는 동안에는 살아있다는게 너무 실감이 나서 좋았습니다. 떨어져서 바닥 매트리스에 누워있으면 스스로에게 웃음이 나오구요.

그러다가, 제가 직장을 태국으로 옮기면서 암벽등반을 못하게 되었지요.

다음으로 말씀드릴 신발은 '레이싱화'입니다.

카 레이서들이 스포츠카를 타고 운전할 때 신는 신발이죠.

제가 살아생전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레이싱카를 운전해 보는 것입니다.

(와이프랑 딸아이가 허락 안 해 줄 것 같습니다 ㅠㅠ)

아직 트랙에서 운전은 못 해 보았지만, 예전에 싱가폴에 시뮬레이터 훈련을 마치고, 싱가폴 시내에서 레이싱화를 한컬레 샀었습니다.

레이싱화를 사고나서, 저의 친애하는 삼성르노에 "SM3"를 운전할 때 신었었지요.

자동차는 평범한 1600cc 였지만, 마음만은 레이서였습니다.

(물론 규정속도를 준수했습니다. 추월도 안 하구요)


제가 테니스화랑 골프화도 신어 보았는데요. 이 신발들은 별로 재미가 없으실 것 같아서, 신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댓글 남겨 주세요. 꼭 남겨 주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브런치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댓글이거든요.   

"ㅎㅎ, ㅋㅋ" 이렇게 짧은 댓글도 좋습니다. 느낌표라도 하나 달아주시면 저의 행복이 됩니다.

악플도 좋습니다. 악플이 '무플'보다 좋습니다. 악플도 관심이니까요.

오늘 하루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날아다니는 그냥중년 캡틴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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