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이 되고 싶었지만, 그냥 중년이 되어버린 어느 날...
날아다니는 비행중년 캡틴박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 빵이 보이길래, 딸기잼을 발라 먹으려고 했습니다.
딸기잼을 새로 샀거든요. 그런데, 뚜껑이 안 열리는 거에요.
뚜껑을 열려고 힘을 주는데, 어깨 근육에 무리도 가고, 혈압도 지나치게 상승을 하는 느낌이 팍팍 오는 거죠.
이건 좀 위험한데 ㅠㅠ
딸기잼과 잠깐 휴전하고, 손목을 스트레칭을 해 주면서 생각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잘 안 열리는 참기름병이나 어떤 용기의 뚜껑을 여는 것도 제가 쉽게 열어 주었거든요.
갑자기 스스로 약해지고, 무기력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 나이 들어가고, 약해져 가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습니다.
마흔이 넘어서 보이는 세상에 멋진 것들도 많으니까요.
딸아이랑 걸어다니다가 딸아이가 저에게 매달라거나 세게 잡아당기면 '아빠는 나이 들었으니까, 살살 다뤄 줘야 돼"라고 엄살을 부려보는 것도 좋아하구요.
저는 나이들면, 007로 유명한 숀 코네리처럼 늙었으면 하구 바랬습니다.
이 배우는 머리카락이 없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해져도 여전히 멋진 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탈모가 오고, 온몸이 예전 같지 않아져도 마음만은 발랄했지요.
20대였을 때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까지 뛰어다니고,
30대에는 밤새워 공부하고, 놀러다녀도 다음날 해장국 한그릇이면 금방 충전이 되었습니다.
40이 넘으니, 새벽까지 글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싶어지더라도 왠만하면 일찍 자야 합니다.
무리하면 다음 날이 너무 힘들어 지니까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딸기잼과 2차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가능한 한 팔을 쭉 펴고,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조심조심..........
결국 딸기잼 뚜껑이 열렸네요.
마음은 '꽃중년'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냥 중년'입니다.
하지만, 이런 약해진 스스로가 조금 안스럽지, 싫지는 않습니다.
뭐 탈모가 심해지면 좀 어떻습니까? 멋진 모자 하나 사서 쓰고 다니면 되지요.
주름살이 심해지면 좀 어떻습니까? 주름살에 어울리는 멋진 표정을 연습하면 되지요.
예전처럼 실내암벽등반이나 테니스를 즐길 순 없지만, 딸아이랑 비디오 게임을 하면 됩니다.
잃어버린 예전에 좋았던 것들을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도전해 볼 만한 사소한 일들도 많잖아요.
남보다 조금 느리고, 멋져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잼이 달콤해서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즐거워 하는 그냥중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