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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ug 18. 2022

새벽 수영, 식사는 언제

새벽 수영을 하면 밥은 언제?


아침 수영을 하기로 하면서 식사에 대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과거 아침 수영에 실패했던 전력들을 돌이켜보면 기상시간을 이기지 못한 것이 하나, 공복의 두려움이 또 다른 이유였다. 안 그래도 저질 체력에 공복 수영을 하면 기력이 없고 어지러워 20분 이상 운동할 수가 없을까봐 지레 겁먹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제대로 알아보고 준비하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며 '공복 운동 식사' 등의 키워드로 이런저런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 여러 가지 팁들이 많이 돌아다녔다.


무언갈 먹으려면 최소한 30분에서 1시간 전에 일어나야 하는 게 핵심이었다. 1시간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흡수가 빨리되는 액상 형태의 음료를 섭취하는 게 좋은데 꿀이나 스포츠음료, 유청 단백질, 주스를 마시면 된다고 한다. 음료수 자체를 그리 즐겨하지 않기도 하고 기상 직후 수영가방을 챙겨 나갈 걸 생각하면 수영장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15분 이내라 나에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물 한잔만 먹고 가자


이런 경우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물 1잔 마시기만 하는 게 제일 좋다는 글을 보고, 이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고작(?) 물 한 잔이 뭐라고 별 거 아닌 것 같았는데, 며칠 비교해보니 확실히 한 잔을 다 마시고 갈 때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 예전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에서 사람은 6~8시간가량 잠을 자면 약한 탈수 증상을 겪기 때문에, 충분히 잤는데도 피로감을 느낀다면 잠을 더 자는 게 아니라 일단 물 한잔을 먹어 탈수 증상을 완화시켜보라고 했던 구절이 기억이 나는데, 나의 경우에도 탈수 증상을 완화시켜 덜 어지러웠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아침 운동을 막 시작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복에 너무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짧고 굵게 30분 정도 논스톱으로 1000M 정도를 돌고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신기하게 집에 도착하면 허기지기 시작하는데 딱 이 때는 내가 평소 싫어하는 걸 먹어도 맛있다고 느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선호하는 맛은 아니지만 사과와 단백질 셰이크를 구매해봤다.


수영 후 사과와 단백질 셰이크


아무래도 사과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싶어 단백질 셰이크까지 준비한 건데,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사과 1개만 먹어도 포만감이 엄청나서, 단백질 셰이크는 반도 못 먹을 정도였다. 물론... 단백질 특유의 비린내를 워낙 싫어하는데 배가 약간 차니까 이 냄새가 더 강하게 올라온 탓도 있었다. (그다음에는 단백질 셰이크부터 먹거나, 얼음을 타서 먹어봤는데 한결 나아지기는 했지만 재주문은 하지 않았...)


이렇게 도합 열흘 정도 아침 수영을 해보니 나의 경우 1) 수영 전에는 물 한잔, 2) 수영 이후 사과 1개, 3) 이른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4) 저녁 전에 배고프면 단백질 셰이크나 그래놀라와 그릭요거트 조합으로 배를 채우는 게 베스트였다.


의외의 소득 : 커피 섭취량 줄이기


이렇게 식사 패턴이 잡혀가면서 특히 만족스러웠던 건 커피 마시는 시간을 뒤로 보냈다는 거다. 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침밥을 안 챙겨 먹은 지 벌써 십여 년이나 됐고 특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출근하자마자 공복에 커피를 들이붓던 게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재택을 하는 지금까지도 더치 원액을 사다 두고 아침에 눈이 뜨자마자 커피를 마셔왔기 때문에 내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죄책감이 컸지만, 오랜 습관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려운  아침 수영이 해낸 거다! 수영 다녀온  사과 한쪽을 먹으면 출근시간이라 출근 로그를 찍고 바로 온라인 데일리 미팅이 시작하기 때문에 커피를 타러  시간이 없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야  커피를 을 여유가 생긴 것. 아무래도 수분이 필요해 갈증을 느끼는 걸 커피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오해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전에 커피 생각이 나지 않은 게 신기했다.


나는 커피를 물처럼 마시기 때문에  커피를 일찍 마시면 마실수록 하루에 섭취하는 커피가 3잔을 넘어가기 일쑤인데,  패턴으로 며칠 지내보니 섭취량도 하루 1~2잔으로 줄일  있었다.


마냥 도전적이기만 했던 아침 공복 수영이 아침에 그렇게 좋다는 사과를 꾸준히 먹게 된 것도 모자라, 생각지 못한 카페인 섭취량 감소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과연 공복 수영으로 살이 빠질지는 관건이지만) 건강한 아침과 식사 패턴의 변화만으로도 아침 공복 수영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당분간 이 패턴을 유지해보기로.




Photo by Manki Ki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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