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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아기 맹수와 엄마의 눈물

생후 15일 너무 어려운 수유

by 날찌

2023.12.12(화) 조리원에서 수유를 하다가


톤톤아 오늘은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네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어. 아빠가 아가는 6개월까지 엄마와 본인을 동일 시 한다며 엄마의 감정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말을 해줘서 최대한 톤톤이 앞에서는 밝은 목소리 톤과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은 그게 잘 안 됐네.


며칠 전부터 늘어난 잠투정에 엄마의 에너지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오늘은 3번의 수유텀 모두 직수를 조금씩 거부하더니 저녁에는 네 조그마한 손이 필사적으로 엄마의 가슴을 밀어내는데 그때 눈물이 팡 터져버렸지 뭐야.


결국 엄마는 유축을 해서 너를 신생아실에 내려보내기로 했어. 유축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눈물을 멈췄는데 그즈음 네가 또다시 울기 시작했고 그런 너를 달래기 위해 아빠가 방금 유축한 모유를 먹이려고 했거든? 근데 네가 두어 번 빨더니 또 울며 거부하더라고. 순간 아빠에게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어.


입에 댄 우유는 오래 보관하기가 힘든데, 왜 배고프지도 않은 너에게 이 소중한 모유를 먹이려고 해서 보관기간을 짧게 만들었는지 아빠에게 너무 속상한 거야. 그래서 너를 안고 폭풍 오열을 해버렸어. 직수도 거부하는데 유축한 모유까지 버리게 만들었다며.


사실 아빠도 당황하긴 매한가지고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매우 답답했을 텐데... 미안하다고 말하며 울지 말라고 달래주는 아빠의 다정한 모습에 금세 미안했지만, 엄마의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어. 톤톤이 앞에서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너무 미안해.


톤톤이가 어디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먹기 싫다는 걸 엄마 욕심에 너무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한 건 아닌지. 직수가 그리고 유축한 모유가 뭐가 대수라고, 네 앞에서 울기보다 얼굴 바라보며 한 번 더 웃어줄 걸 지나고 보니 후회가 된다.


내일은 조금 더 힘을 내서 너와 눈을 맞추고 한 번이라도 더 웃어볼게. 오늘 많이 울게 두어서, 톤톤이 앞에서 울어버려서 많이 미안해.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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