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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울 이름이 생겼다

생후 16일 출생신고

by 날찌

2023.12.13(수)


톤톤아 오늘 아빠가 너의 출생신고를 마치고 왔어. 태어난 지 16일 만에 너에게 주민번호와 이름이 생긴 날이기도 하지.


임신 소식을 안 순간부터 출생신고를 마친 오늘까지 굉장히 긴 시간을 고민했었는데, 한 사람이 평생 불릴 이름을 짓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 엄마 아빠는 네 이름이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좋은 뜻을 담되 꼭 한자를 쓰지 않아도 되고, 외국 사람들이 발음하기 어렵지 않으면 더욱 좋겠다는 데 동의했고 최종적으로 연, 로아, 아음 이렇게 3개 선택지를 추렸어.


그리고 네가 태어나서 이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았지. 어떤 이름이 너에게 딱 어울리는지 고민하는데만 2주나 걸렸지 뭐야. 그렇게 내린 엄마 아빠의 결정은 ‘아음’ 이란다. 아빠는 네 이름에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네. 엄마는 여기에 더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과 마음을 가지고 단단하게 성장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볼게.


네가 이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아참 아음아, 아음이 외할아버지는 네 이름을 듣자마자 벌써 雅(맑을 아), 音(소리 음)이라는 한자를 지어 주셨어. ‘우아한 음악을 다스리는 자는 마음의 평정을 이루리라’라는 공자님 말씀이래. 공자님 말씀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이 있더라.

시경 태백편 8장 ‘시에서 배움을 일으키고, 예에서 원칙을 세우며, 음악에서 삶을 완성시킨다’ 구절
음악은 사람의 성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의 하나라고 해석. 인간의 희로애락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성 맺고 있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는 음악 즉 노래.
음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이탈하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음악은 망친다. 특히 합주의 경우는 더더욱. 사람들과 호흡을 조화롭게 맞추고 박자를 맞춰야만 하고,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무작정 연습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함께하는 이들과의 호흡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와 음악을 바로 잡았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결과를 정리하여 말하길 ‘각기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라는 문구로 장을 마무리한다.
‘제자리를 찾다’ = ‘자리 잡다’ =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정착하다’ = 공자 철학의 원형이 되는 정명론.


뭔가 해석이 거창해진 거 같은데 좋은 뜻임에는 분명한 거 같구나. 하지만 엄마 아빠는 네 이름을 한글로 짓기로 마음먹어서 (결코 공자님 말씀이 어려워서가 아니란다) 이 한자는 나중에 네가 커서 마음에 들면 사용하도록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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