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8일
2023.12.25(월)
아음아 너의 저녁 수유를 마치고 이 일기를 쓰면서 오늘이 크리스마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새벽에 내린 눈으로 오랜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을 텐데, 엄마 아빠는 너를 먹이고 트림 시키고 재우느라 전혀 몰랐네. 아이를 가진다는 건 인생의 새로운 면을 경험하는 거라는데 정말 그런가 봐. 이렇게 보내는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다. 내년 이맘때쯤엔 톤톤이가 13개월쯤일 테니 간단한 단어를 통해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될 것 같은데 기대된다.
오늘은 영아산통 때문인지 바락바락 울어대는 통에 네가 땀을 뻘뻘 흘리더구나. 수유하는 동안만이라도 시원하라고 스와들업을 벗겨주었는데 기분이 좋은지 한결 잘 먹더라고. 그 와중에 엄마는 평소 스와들업에 싸여있는 너의 살결을 만져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
요새 수유하고 트림을 할 때면 허리를 활처럼 구부려서 머리는 뒤로, 다리는 길게 뻗대며 바락바락 울어대는 경향이 있단다. 머리를 어깨에도 기대지 않고 앞뒤로 헌팅을 해대는 널 안고 있으면 트림하는 자세가 다 그렇지 뭘 그렇게 유난이냐 함부로 얘기하지 못할 거다. 엄마 아빠의 허리, 어깨, 팔 안 아픈 곳이 없지만 하는 수 없이 계속 너를 안아 재우고 있단다.
특히 이번 연휴 때는 아빠가 계속 너를 안고 있었는데 엄마와 달리 몸에 열이 많아서인지 네가 땀을 뻘뻘 흘리더라고. 게다가 저녁에 우동을 먹는다고 화구를 좀 썼더니 집안 온도도 올라가면서 너무 더워서 네가 더 우는 게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해봤어.
그래서 수유하는 동안만이라도 스와들업을 벗기고 양말과 손싸개를 해서 좀 시원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단다. 너도 시원한 게 기분이 좋은지 한결 잘 먹더라고. 그 와중에 엄마는 평소 스와들업이나 속싸개에 싸여있는 너의 팔다리 그리고 손과 발을 보고 만져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
항상 동그랗게 주먹 쥐고 있는 손을 폈을 때 손바닥에서 나는 꼬릿한 냄새, 굳은살이 하나 없어 보드라운 촉감의 발바닥, 한껏 올라온 살로 오동통한 팔과 허벅지의 주름까지 조물조물 만지고 있으면 너무 힐링이 된단다. 너는 귀찮은 듯 엄마 젖을 물고 “으응~” 하며 시위하고 있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조물조물. 사진과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는 이 촉감과 냄새를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아무리 집안 온도가 올라갔다 해도 너무 추우면 안 되니까 예전에 선물 받았던 양말을 하나 꺼내 신겼어. 진짜 작아서 신생아 때부터도 신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늘 신겨 보니 네 발에는 아직도 너무 큰 거 있지? 네가 정말 작은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금세 쑥쑥 커서 이 양말이 작아지는 날이 금방 오겠지? 그날에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엄청 큰 양말을 신고 꼬물꼬물대는 너의 발을 영상으로 남겨본다.